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의 목적엔 각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그 취향을 얼만큼 표출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도 따라 갈 것이다. 자고로 여행의 즐거움이란 여행을 떠난 당사자가 오매불망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며 관심을 가졌던 분야이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오로지 휴양을 하러가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다른 면을 보기 위해 찾아가기도 한다. 또 그렇게 보고 느낀 점을 유감없이 끄집어내어 책을 엮으면(요즘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여행자들이 책을 내고 있다) 그곳에 관심이 있는 독자로서 그들의 취향과 잘 어울리는 여행 책을 고르게 된다. 그렇게 책을 골랐을 때 생소한 그곳의 느낌을 저자의 기분에 따라 공감하는 재미는 색다른 기분을 준다.

 

저자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한 책 『황홀한 여행』은 그런 점에서 꽤 괜찮은 여행 책이다. 다만, 오페라나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은 읽다가 조금 지루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클래식이니 오페라니 하는 것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몰라도 아는 척 하기 위해 지루함을 참고 그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여행과 오페라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박종호는 클래식과 오페라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풍월당'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을 차려 세상을 살짝 놀래켰던 장본인이다. 의사이면서 이미 몇 권의 오페라 관련 책을 펴내 오페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던 그가 언젠가부터 수없이 들락거리던 이탈리아에 관한 여행 책을 펴냈다. 이탈리아는 오페라가 가장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던 나라였고 오페라 애호가인 그로선 그가 좋아하는 예술과 자유라는 코드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서울 시내를 걷다가 '베네치아'라는 글자의 간판만 보아도 가슴 설레게 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며 자연으로 된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베네치아를 필두로 모차르트의 비극 오페라 《폰토의 왕 미트리다테》를 영화화했을 때 오페라의 모든 장면을 촬영한 '올림피코' 극장이 있는 비첸차,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백악의 건물 두오모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밀라노, <로마의 분수>라는 멋진 관현악곡을 만들어내게 했던 다양한 분수들(곡의 이름이기도 한 : 새벽의 '줄리아 골짜기 분수', 아침의 '트리토네 분수', 한낮의 '트레비 분수', 황혼의 '메디치 빌라 분수')이 있는 로마, 학창시절에 한번쯤은 불러본 적이 있는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소렌토까지 박종호가 말하는 이탈리아의 매력은 끝이 없다. 또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담에서 나오는 이탈리아 도시들의 낭만과 열정, 예술적 기질들은 박종호가 아니면 절대로 풀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오페라나 클래식에 관해 아는 것이 그다지 없는 나로서는 간간히 나오는 영화나 다른 책에서 보았던 도시의 풍경만으로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는데 그 속에 오페라와 클래식의 지식까지 집어넣기가 심히 괴로웠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서서히 스며드는 『황홀한 여행』의 매력은 '과연 이탈리아의 예술은 위대했고 삶은 아름다웠음'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과연, 여행의 즐거움은 취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그 황홀함에 빠져 며칠 아주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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