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레인보우 동경』을 보는 순간 아하! 이런 구성도 재미있겠구나 싶어 올려봅니다. 제가 한감성(?!)을 하는 사람입니다. 시 같은 글만 보면, 특히 그것들이 제 마음을 건드리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글들이면 거의 죽음이랍니다. 제가 귀가 얇은 편인데 눈도 얕은가봐요. 남들은 별 것도 아닌 거라는데도 저는 마구 밑줄을 그으며 공감하고 또 공감하고, 좀 못 말리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못 말리는 처자가 푹 빠져 버린 감성적인 여행 책을 몇 권 소개할까 해요. 다른 페이퍼에 올린 책들과 중복이 안 되게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중복이 되는 책도 있겠네요.^^*

 


첫 책은 뭐니뭐니해도 이 책이 일번이에요. 처음 이 책을 본 순간 거의 폭 빠져 버렸다는. 어느 것 하나 빼 먹을 글이 없어요.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어 더 이를 악물고 붙잡는다.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분노한다."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어서 가치가 적다고 생각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라고 탓하지 마세요.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럴까 ……」라고 늘, 자기한테 트집을 잡는 데, 문제는 있는 거예요." 그리고 "언제나 한 가지 대답이면 된다. 닥치는 대로 ……./될 대로 되라./난 겁내지 않는다./이것도 운명이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 라틴어 '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까지. 물론 여기에 적지 않은 멋진 글들이 있지만 이것들이 아주 제 맘을 후벼 파고 있답니다. 『끌림』, 그야말로 이병률 시인에게 끌리고 말았지요.^^

 


시인들의 글은 산문을 적어도 시 같은 느낌을 받아요. 언젠가 조병준 시인이 쓴 여행 책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을 땐 조병준 시인이 시인인 줄도 몰랐었죠. 저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책을 읽다보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글들이 너무나 감성적인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뭐야? 글이 왜 이래? 하다가 누구야? 하며 저자 소개를 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아하! 시인이구나. 그래서 글이 이토록 감성적이구나.^^  레인보우 동경』을 펼쳐보니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김경주 님도 시인이군요. (아, 그러고 보니 그의 여행 책 『패스포트』를 사고 싶어 고민했는데 잊고 있었네요. 아무튼) 그래서인가요? 글들이 확! 제 눈을 끌어당기네요. "상처를 받고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항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야" "그녀가 단 한 번 눈동자를 깜빡하는 동안의 이야기"라든가 "나는 멍들지 않을 거야" 같은 글들 역시 훔.(근데 제가 맘에 드는 그 글들을 김경주 시인이 쓴 게 확실한가?요? 혹시 문봉섭 님이었으면 죄송!^^;;)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뭔가 아릿한 느낌은 그의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유일하게 시인이 아닌 저자인데도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괜히 쎈티해지고… 그게 아마도 혼자서 여행을 하며 고독(!)을 씹은(?) 탓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혼자서 미국을 동서로 횡단한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일까요? 물론 모든 여행자들이 여러 명이기보다는 혼자서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어쩐지 혼자서 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더 외로운 것 같아요. 배낭여행자야 버스를 타면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차를 몬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혼자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니까요. 여행자들을 보면 대부분 서른이라는 고비를 무척 힘들게 넘긴 후 떠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서른이 그렇게 힘들었나? 이미 지나버린 나로선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근데 저자인 김동영 님도 그 고민이네요 "내가 살아온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안 될까. 그렇게 한 살에서 죽는 건 어떨까."하고.

 


 

요즘은 시인들도 사진 찍는 솜씨가 장난 아니에요. 그들의 사진을 보면 프로 사진가 같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조카에게 놀러갔는데 거실 테이블 위에 이 책『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가 놓여 있더군요. 여행 책이라면 정신을 놓아버리는 저로서는 당장 펼쳐보았죠. 짧은 글이 적힌 몇 장의 사진을 넘기자 몽환적인 안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러곤 이런 말로 독자를 유혹하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의 여정을 기록할 수 있는 깨끗한 노트 한 권과 모나미 볼펜 한 자루. 발에 꼭 맞게 길들어진 운동화 한 켤레. 내 불안한 몸을 감싸줄 티셔츠 몇 장. 필름 한 통.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지도 한 장. 이것들을 담을 수 있는 조그만 배낭하나.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 괜찮아. 모든 게 잘 될 거야." 그래서 저자의 약력을 다시 보게 합니다. '어? 이 사람도 시인이네? 사진도 직접 찍었네?' 하고 혼자 놀라죠. 사진은 그곳이 어디인지 가르쳐주는 친절 따윈 안 베풀어요. 그저 그 사진을 두고 시인의 생각만 담아내죠. 이 책을 보는 순간, 이병률 시인의 『끌림』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아, 이게 유행이구나!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암튼.


시중에 출판된 여행 책을 다 사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합니다. 어떤 이는 여행 책만큼 읽고 나면 쓸모없는 책이 없다고도 하는데 저는 안 그렇더라고요. 여행 책들을 죽~모아놓은 곳을 보고 있노라면 아유~굳이 그곳에 가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은, 그렇지만 언젠가는 나도 꼭 가야지 하는 다짐과 희망도 가지고 뭐 그렇더라고요. 올 여름은 정말 여행 책과 여행을 하네요. 근데 정말 덥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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