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의 만화는 최근의 것부터 거꾸로 읽게 되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역시 『대한민국 원주민』이었지만 나머지 두 권의 책도 나쁘지 않았다. 『습지 생태 보고서』나 『공룡 둘리를 위한 오마주』에 보이는 우울한 인생들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은 최규석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라는 오버된 생각을 했다. 내가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마는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으면서, 그 전에 그의 북콘서트에서 그의 생각을 들었기 때문에 안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습지 생태 보고서』를 읽고 있으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그닥 새롭지 않지만 그 속에 보이는 그들만의 위로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참 따뜻하게 했다. 이제 그는 이 만화 속의 궁상스러운 최군이 아닌 당당한 인기있는 만화가로서의 최군이 되었지만 그런 삶을 추억할 수 있는 나날들이 있었기에 '최규석'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공룡 둘리에 대한 오마주』는 차마 읽을 엄두를 못냈다. 이유를 대자면 둘리가 누군가? 요즘으로 치면 <도라에몽>과 같은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가? 그런 귀여운 둘리의 모습이 너무나 경악스러웠고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은 최근의 작품에 비하면 그 강도가 아주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비루한 삶을 살고 있을 둘리를 어찌 볼 수 있단 말인가? -.-; 그런데 『습지 생태 보고서』를 읽고 나니 읽어도 되갰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은 최규석의 작품을 다 읽어보고 싶어서이겠지만;;) 아, 정말 섬뜩했지만 이 단편집은 흥미로웠다.(하긴 뭔들 마음에 안 들겠냐.ㅎ)

그의 다른 작품이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지만 『습지 생태 보고서』의 표지에 "우리나라 만화의 희망을 본 기분좋은 발견!"이라는 카피가 있는데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난 우리나라 만화의 희망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고 있어 즐거워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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