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책이란 여행지의 소개와 그곳에서의 체류기를 적은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곳의 정보는커녕 친절한 안내조차도 없는 책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으로, 분류로 분명 여행관련 책이라 해서 사 읽었는데 그렇지 않을 때의 배신감이란!!! 사실, 이런 일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 여행 책이 어디 한두 푼 하는 책이냐 말이다. 그러니 책을 구입할 때는 그 누구의 감도, 리뷰도 믿으면 안 된다. 이것은 여행 책뿐만 아니라 그 어떤 책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바빠 오프라인에서 혹은 미리보기로조차도 그 책을 훑어볼 시간이 없다면 모를까, 만 원이 넘는 책들을 그저 남의 리뷰만 읽고 산다는 것은 완전 초보 독서가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긴 나의 감을 믿고 샀다가 큰 코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다. 어쨌거나,

 

어제에 이어 오늘은 여행지의 친절한 소개 같은 것은 아예 나오지 않지만 무한한 감동즐거움을 주었던 여행 책을 골라봤다. 이 책들 중엔 내가 한번도 검증하지 않은 작가의 책도 있다. 그 책은 앞서 내가 말한 '초보 독서가'의 행동을 따라한 경우에 속하는데 아직도 그 책을 읽지 않았기에 뭐라고 논하기는 그렇지만 그 책에 대해서만은 리뷰어들의, 그 책을 추천한 내 친구들의 선택을 믿는다.^^




끌림 - 이병률 시인의 사진과 여행 에세이다. 한동안 눈에 열심히 띈 책이었지만 실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구입할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였을까? 사인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가 시인이라는 이유에서일까? 어느 날 문득 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마침내 내 품으로 이 책이 들어와 펼쳤을 때 아, 나는 그만 그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사진도 그렇고 그의 시 같은 글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게 없다. 그의 예쁜(!) 글씨체로 써 준 사인조차도^^; 『끌림』은 마음이 꿀꿀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펴보면 그야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그 책 속엔 내 기분을 풀어주는 감성적인 글들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언제쯤이나 또 다른 그의 시집이나 여행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칙한 유럽산책 - 빌 브라이슨이다. 내가 친구들의 추천과 리뷰만 보고 구입한 책 되겠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은 친구들의 찬사가 대단했다. 그래서 구입을 했다. 아직도 못 읽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이 나왔다. 읽은 친구가 또 찬사를 보낸다. 그때 깨달았다. 빌 브라이슨은 무조건 사야하는 가? 그래도 그렇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가격이 만만찮았다. 결국 생일 선물로 받아 챙겼지만 내친 김에 지난 4월에 나온 이 책과 『재밌는 세상』까지 죄다 구입을 하고선 그 책들을 읽을 생각은 않고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발칙한 유럽산책』은 20여 년이나 전에 그가 여행한 유럽에서의 추억을 적은 책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이나 흘렀으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그 책을 읽으며 웃는 독자가 있다고 하니 어찌 이 책을 구입하지 않을 수가!(이러니 꼭 내가 이 책의 장사꾼 같다.-.-) 있겠느냐 말이다. 아무튼,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빌 브라이슨의 전 작품을 완독할 생각이다.




여행할 권리 - 김연수의 썰렁한(!) 유머는 이미 『사랑이라니 선영아』에서 알아본 바 있다. 그래서 처음 펼쳤을 때 아주 즐거워하며 읽었다. 이런 문체는 그의 소설에서는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그는 대중적이지 않은 그만의 독특한 문학관을 가진 작가였다. 해서 뒷부분에서 그가 말하는 문학관은 여행하고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글들인 것 같지만 꽤 김연수다운 여행(?)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을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지적인 문학관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바다.(내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인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어려워했다는)


이스탄불 - 아, 내가 오르한 파묵의 글은 어쩐지 이해가 힘들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도 표지와 글씨체와 작가만 보고 책을 고르는 성향이 다분한 독자인데 어찌 오르한 파묵의 이 책 『이스탄불』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서 가진 추억을 적은 나름대로 '아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책인데 말이다. 사실, 처음에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겠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친구 책을 빌려보자 했는데 오프에서 이 책을 보고 펼치는 순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그 외의 모든 조건들이 나의 성향에 딱 들어맞아 안사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도 이 책을 쳐다보며 흐뭇해하고 있다는. 물론 언제 읽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당연히 알랭 드 보통의 이 책도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더구나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여행엔 앞서 말한 모든 작가들의(뽑아놓고 보니 모두 작가들이다) 경우와 같이 여행지의 이야기보다는 여행을 하며 그 스스로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 놓은 에세이이다. 해서 책 속에 책이 나오고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그것들을 철학적으로 풀어 놓아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미가 아주 맘에 든다. 이 역시 여느 작가들의 여행 책처럼 어려울 수도 있을 테고 이런 것은 여행 책이라기보다는 하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은 워낙 제각각이니 뭐. 근데 알랭 드 보통의 새 책은 언제 나오나?




이렇게 적고 보니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시오!' 하면 꼭 넣어야 할 작가들만 고른 것 같다. 물론 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은 훌륭한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도 많을 테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생각나면 다시 적기로 하고, 어제 올린 책들이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책들이라면 이 책들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주는 여행 책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 여행 책에 살짝 관심을 두고 있다. 해서 이런저런 주제를 만들어 내가 알고 있는 여행 책들을 올려 볼 생각이다. 이 역시 나의 취향이 다분한;;;;

혹시 알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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