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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 시고 떫고 쓰고, 끝내 달콤한
손수진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고로, 지금 연애를 시작해보는 게 어떨지?^^
핑크빛의 예쁜 표지와 독특한 제목을 보더라도 이건 연애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또 누군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한(?) 20대들을 제목과 표지와 어설픈 연애기로 감정자극, 공감유발 하려고 하는구나 했다. 나도 그런 걸 좋아하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는 그런 감정마저도 시시하게 만들어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뼛속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요즘.-.- 연애 상담하는 친구에게 '감정'이 아닌 '현실'을 운운하며 연애라는 환상을 깨부수는데 무슨 전문자격증이 있는 사람마냥 부정적인 언사만 조언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칫! 쳇! 흥! 했다지.
아, 근데 몇 장 넘기다보니 그만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제목처럼 '연애'라는 세포의 관찰기이다. 생성과정에서 부터 증식, 소멸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유치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이 분명 그녀의 연애담이건만 나의 연애담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이런! '이걸 어째'
알고보니 그녀는 20대가 아니라 30대이다. 또한 그녀의 행동은 유치하기보다는 귀엽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고도 남을 귀여운 행동들과 행복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런만큼 가슴 싸한 이별이야기도 들어 있다. 누구나 한번은 해보는 흔해 빠진 연애이야기지만 뭔가 다른 듯한, 묘한 기분을 들게 하는 글들이다.
처음엔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으면 짜증나겠다(처음에 읽으면서 무쟈게 부러워하긴 했다) 하다가 결국 헤어지는 단계가 나타나자 완전 공감하며 읽는 나를 보고선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인가 봐. 했다나.ㅋ
암튼, 연애에 빠진 사람, 연애에 빠지고 싶은 사람, 혹은 금방 실연한 사람 모두모두 완전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다. 그러고선 마지막 구절에 오호라~! 하며 히히거릴 지도. 나처럼.
"사람에게 망각의 능력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특히 사랑과 연애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나간 옛사랑이 남긴 깊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더 신기한 것은 그 망각의 거름망을 지나면 마이너스의 감정들은 저 멀리로 떠내려가고 옛사랑의 좋았던 기억들만 흑백사진같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컬러풀한 현실감은 사라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아름다운 하나의 명암. 그걸 추억이라 부르기도 하더라. 그리하여 옛사랑을 되돌려보았을 때, 기분 좋은 한 장면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