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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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창비와 평화방송에서 주최한 북 콘서트에 다녀왔다. 최대의 수확은 최규석이라는 만화가이다. 『대한민국 원주민』, 온라인 서점에서 제목만 얼핏 보았을 때는 무슨 사회 이슈를 담은 비판 서적인줄 알았다. 워낙 그런 것에 관심을 안 두니 클릭해서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북 콘서트에서 그를 보고 그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이 작가의 만화를 다 사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달에 읽은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을 읽으면서 그랬더랬다. 딴엔 지방도시에서도 '시내'에서 살았던 터라 도대체 전쟁이 갓 지난 세대도 아니고 그렇게 '깡촌'이 그때도 있었단 말인가? 했다. 그 의문은 결국 전라도하고도 곡성하고도 한참 들어간 촌인 마을이라서 그런가?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공선옥 작가보다는 십여 년이나 연하인 최규석의 어린 시절도 그 못지않다는 것을 이 책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최규석의 고향은 경상도하고도 진주하고도 더 들어간 촌인 듯하다. 그러니 나의 엉뚱한 상상은 그야말로 지난 시대의 잔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나는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6.25를 겪은 보수성 짙은 경상도 아버지, 깡촌에서 살았다는 공선옥 작가(정말이구나!-.-), 부모의 지난 삶을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 꼭 이 책의 엄마와 아버지처럼 옛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던 부모님 , 뜬금없는 말을 하며 우리를 웃게 하는 가끔은 답답한 엄마,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일제강점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시대에도!! 크리스마스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려 놓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면서 이게 사실인가? 이제 겨우 서른을 넘었을 뿐인데? 했다. 내 눈에 비친 것만이 세상이 아닌데 그게 이 세상 모두라고 생각하고는 내가 겪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이야길 들으면 에이~설마? 하다가 끝내는 혼자 놀라워하고 마는 바보 같은.

 

버스 안에서 책을 펼치고 읽다가 어린 시절의 그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와 한참을 애꿎은 눈만 깜빡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모님과 그와 미래의 아이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 꽤나 공감을 하였다지.

 

 

지금은 분명 21세기인데 이 시대에선 그런 이야기는 구닥다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겐 그게 삶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하지만 그 구닥다리 같은 이야기가 돋보이는 것은 그 삶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작가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어서 일 것이다.

 

문득 그에게 이런 부탁이 하고 싶어졌다. 누나들에게, 엄마에게 잘해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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