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내가 산티아고를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다. 산티아고? 아! 하고 보니 그 후로 출간되는 산티아고 관련 책들이 어찌나 많던지 이것도 유행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산티아고를 제대로 알기 전에 산티아고를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이 책『산티아고 가는 길』(에세이 2007년)의 저자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산티아고를 간다는 이야길 들었고, 그때만 해도 그곳이 스페인의 관광지로만 알았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던 터라 가거든 엽서 한 장은 보내라 인사한 게 다였다. 다녀온 후 그가 블로그에 올린 산티아고 다녀온 여행기를 보며 아, 그곳은 순례길이었구나! 혼자서 씩씩하게(!) 잘 다녀왔구나! 했는데 어느 날 책까지 턱하니 내어 보내왔다. 놀라워라!^^; 그러나 그걸 이제야 읽고 리뷰를 쓰게 되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블로그에 올렸을 때 읽었던 그 글들이 새삼 생각나면서 그가 보낸 엽서와 또 그 후에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감이 생겼다고 내게도 꼭 기회가 생기면 가보라던 씩씩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불가능할 것만 같은, 혹은 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던 일을 하고 나면 그 일을 마침내! 하고 말았다는 성취감으로 인해 앞으로 내게 닥치는 모든 일을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가? 그래서일까? 나도 산티아고의 길만은 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장장 25일 800km, 겨우 이틀을 걸은 후 생긴 물집 생긴 발을 하고도 열심히 걷고, 각국의 처음 만나는 순례자들의 배려와 우정, 남녀가 같이 태연하게 샤워를 하는 모습에 당황함도 잠시, 남자가 있든 말든 아무렇지도 않게 겉옷을 벗어버리는 외국 여자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기름진 음식들과 여행의 끝에 가서야 겨우 토마토소스에 파스타를 삶아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던 생초보 순례자, 서툴고 어딘지 모르게 아슬아슬한 그의 고행길이 그럼에도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 길을 걷고야 말았다는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를 알게 되면서 나는 그곳을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요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연예인도 그 길을 다녀왔다. 바로 가수 박기영이다.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북노마드 2008년)를 펴낸 박기영은 운명처럼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순례를 마친 지금 그는 진짜 ‘박기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앞으로의 삶에 대해 그 어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 있게 헤쳐 나갈 힘을 믿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곳을 다녀오기 전에는 실패한 삶을 살았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다만,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안고 간 그들은 그곳을 걸으며 그 일들을 생각하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기에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마다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게 아닐까?

 

후배와 같이 간 산티아고의 길에서 그는 그동안 가수로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이 길 위에서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을 지도 모른다. 가수로서의 삶, 정신없이 바쁜 스케쥴 속에서 어떻게 삶을 돌아볼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산티아고를 가는 길에서 그는 두고 온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믿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곳을 다녀가지 않았다면 결코 생기지 않았을 믿음이다.

 

산티아고는 그런 것 같다. 포기를 잊게 하고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며,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나’를 가지게 한다. 그런 곳이다. 그래서 다짐한다. 나도 언젠가는 가 보리라고. 아, 갈 곳은 많고 실천은 멀고도 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