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삶의 해부 - 거짓말, 그리고 이중생활의 심리학
게일 살츠 지음, 박정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두 개의 '비밀'은 가지고 산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러나 줄리아나 스티븐처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을 스스럼없이 내뱉기도 한다. 왜? 상대방은 나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 내 비밀을 듣고 누군가에게 노출한다고 해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

이 책은 여러 형태의 '비밀스런 삶'에 대한 이야기다.  못생기고 뚱뚱하고 바보 같은 인생의 낙오자라고 생각한 소녀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우호적이고 재미있고 때론 경박스러운 아이로 탈바꿈하여 누구도 태클 걸지 않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그곳에서의 '비밀스런 삶'을 살아가고, 남편의 탈세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는 아내의 또 다른 비밀, 출장 때 우연히 맛본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어 혼자만의 비밀을 만들어가는 남자, 또 살인을 저지르고선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흉악범의 경우까지 우리가 어쩌면 주변에서 수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비밀'들이다.

찰스 린드버그 같은 유명한 사람의 이중 아니, 사중생활이 일어난 배경이나  동성애자들의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하는 비밀에서부터 T.E로렌스의 성도착자 적인 삶의 해부는 놀랍기만 하다. 물론 이 글을 적은 저자는 그들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비밀스런 삶'을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성장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밀을 지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수반하는 감정적 희생과 불안함,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비밀스런 삶'을 택하는 많은 사람들, 트라우마 이전에 어쩌면 이것은 보여주는 삶이 아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또 다른 내 삶에 대한 짜릿한 자극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노출시킬 수 있었던 사람들은, 비밀이란 단지 자아 인식이라는 폭풍을 피하는 임시 피난소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성찰하는 삶, 솔직한 삶이야말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생활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한번의 '비밀스런 삶'이 제공한 그 짜릿함을 그들은 과연 잊을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잊을 수 있을까? 그건 역시 그들만의 '비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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