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아이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2
로이스 로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6월

로이스 로리다. 작년에 『기억 전달자』로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이름을 남겨 두었던 작가! 그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글의 느낌은 로알드 달이다. 책을 펼치니 비슷하다. 문득 로알드 달을 좋아하는 조카 생각이 났다. 딱 좋아할 책이다. 하지만 나는 선뜻 조카에게 주지 못한다. 왜? 어린이 책이란 자고로 읽고 나면 뭔가 교훈이 남아야 하는데 과연 이 책이 교훈을 주는 것일까? 혹시 재미만 주고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지극히 보수적인 어른들의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로알드 달의 책은 무척 재미있지만 사실 자라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목적으로 읽히기엔 좀 부적합 한 듯한 생각을 늘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아니고 고모인걸.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면 읽어보라고 건네는 편. 아무리 주인공인 아이들이 제 부모를 미워하고 부모 또한 제 아이들을 물건 취급한다해도 그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을 테니… 그래서 얼른 읽고 조카에게 억수로! 재미있다며 읽어보라고 줬다. 즐거워한다. 켁!

자, 이 책을 말하자면 옛이야기를 패러디하였다. 로이스 로리는 아주 재치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아이들 명작 동화에 나오는 부분 부분을 조금씩 가져와 '로이스 로리식' 이야기를 만들었다. 일단 모든 이야기엔 아이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부모도 있다. 하지만 옛이야기에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은 '고아'이다. 근데 이 책에 등장하는 윌러비 가족의 아이들은 고아가 아니다. 그래서 고아를 만들어 버리는 설정을 보여준다. 어? 그러다보니 부모가 사고로 죽거나 『헨젤과 그레텔』처럼 부모가 아이들을 버려야 한다. 해서 부모가 아이들을 버리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옛이야기에 늘 등장하는 엄격하지만 마음씨 착한 '보모'가 등장하고 또 그 아이들을 뒷바라지 해 줄 '후견인'이 생김과 동시에 부모의 죽음으로 '유산'까지 받게 된다. 와우~! 여기까지만 해도 어디선가 많이 듣던 내용들이 아닌가? 하지만 로이스 로리는 그 닮은 이야기들을 훨씬 더 익살맞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젠가 한번씩은 들어봤음직한 명작동화의 이야기가 짜깁기 되어 있는 혹은 윌러비 아이들이 말하는 동화 속 아이들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뒷부분엔 덧붙인 패러디에 사용한 명작 동화들을 소개함으로써 아직도 그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 명작 동화까지 찾아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 번째로 만나게 된 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다가와 내 머릿속에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로알드 달 풍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