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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05년에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스페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소설이란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성적인 면으로 언제나 경이로운 나라이다. 알모도바르의 영화도 그렇고 읽다가 깜짝 놀랐던 『룰루의 사랑』도 그렇고 꽤나 개방적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책의 등장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은 너무 이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보수적인 나라인지라 동성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과연, 이 책을 읽고 색안경을 벗을 사람들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나 역시 '사랑'은 성과 나이 국경을 초월하는거라고 생각은하지만 그럼에도 동성의 사랑에는 아직도 뭔가 불편한 마음이 생기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생각하자면 여자가 둘이 살거나 남자 여자가 둘이 살거나 혹은 남자끼리 둘이 살거나 간에 어쨌든 모습만 다르고 생각하는 것은 다 똑같은데 그걸 모습에만 치중하여 눈총받고 차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좀 억울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하면 이 책이 우리에게 읽힘으로써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혈연 위주가 아닌 가족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가족적인 소설이다. 동성애 커플을 둔 엄마와 살면서 겪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는데 형식이 거꾸로 되어 있다. 즉, 드디어 동성애 커플의 결혼이 합법화 되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을 시작으로 거꾸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카를라는 '두 엄마'와 같이 산다. 친엄마인 마리아는 카를라가 두 살일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누리아와 같이 살기로 한다.
"엄마는 누리아가 참 좋아"
"알아"
"그리고 누리아도 엄마를 사랑해…." 말해야 할 순간이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니?"
"사랑하는 사이?"
"응"
"아, 알겠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자는구나"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이 뽀뽀도 해?"
"응.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아아" 꼬마 카를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카를라는 어리지만 그 뜻을 이해한 셈이다. 그리고 카를라는 '두 엄마'와 같이 살게 된다. 하지만 카를라가 자라면서 선뜻 '두 엄마'의 존재에 대해 친구들에게조차도 밝히지 못한다. 그건 그 관계를 부정하거나 남들이 알아버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카를라에겐 다른 가족들이나 별다를 게 없는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들이 싫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카를라는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이 시작되었을 때 사실과 다른 의견들을 듣는 순간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제 엄마들과 함께 벽장에서 나갈 때가 된 것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그 법안이 그해 2005년에 통과되어 '두 엄마'는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카를라는 이야기 한다. "미래의 동성애자 엄마 아빠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이 자녀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동성 커플의 자녀들은 행복하고 당당한 엄마들과 아빠들을 사랑하고, 또 그런 엄마들과 아빠들에게서 사랑받기를 원할 뿐이라고."
아직은 우리나라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이겠지만 소수자와 인권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서서히 생기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에 이어 언젠가는 그들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어 세상의 편견에서 사라지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어쨌거나 평등한 존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