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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평점 :
가끔이라도 세월이 거꾸로 간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도 기억해보면 아무 것도 몰랐던 철부지 시절이 그저 막연히 그리워서 일 테고 막상 그렇게 거꾸로 산다고 한다면 생각만큼 행복해할 수 있을까?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읽으면서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기가 막히는 일들이 벌어지는 요지경과 같은 곳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상을 글로 옮긴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태어나면서 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다가 자라면서 점점 그 모습이 어려지는 희귀한 병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여자, 앨리스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고백 형식으로 풀어냈다. 존 업다이크는 이 소설을 읽고 나보코프가 연상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열네 살의 앨리스를 처음 본 막스의 외모 나이가 마흔을 넘은 아버지 나이를 하고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막스는 어리다. 겨우 열일곱 살의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앨리스를 향한 그의 마음 어디라도 또래의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청소년의 첫사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앨리스도, 앨리스의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막스의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사람들 앞에선 어머니를 형수라고 부르며 살아야 하고 자신은 점점 젊어지고 있으며 사랑하는 앨리스는 오해만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친구인 휴이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어느 날 운명의 장난처럼 앨리스가 나타난다. 시간조차도 그 누구의 편이 되어주지 못한다던 메리의 말과는 다르게 이제 세월이 흘러 비슷한 나이가 되어 만난 그들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불행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평생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앨리스가 자신을 그 옛날 막스 티볼리로 알아채면 어떡하나? 불안함을 느끼며 살긴 했어도 그 시간이 그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생은, 사랑은 늘 그렇다. 한 사람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기도 전에 끝이 나버린다. 채워지지 않았음에 이렇게 고백이라도 하고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누구에게든 비밀을 털어놓으면 그 모든 갈망이 해결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겐 시작인 그 모습이 끝이 되어 버린 막스, 마지막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놀랍다. 오로지 앨리스만을 사랑했던 막스, 앨리스의 사랑을 받았던 단 한 사람의 남자, 그리고 휴이가 평생을 사랑한 오직 그 한 사람. 평생 마주할 수 없으므로 비극이 될 수밖에 없는 관계를 작가는 묘하게 풀어내며 끝을 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