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미술 수업 - 한 젊은 아트컨설턴트가 체험한 런던 미술현장
최선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에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나는, 그럼에도 그림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당장이라도 그림을 배우면 화가가 되는 줄 알고 열심히 배우러 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림을 배우면서 정말!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그림에 대한 관심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면 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헛된 생각이었다. 풍경화나 인물화 같은 사실적인 그림은 보이는 대로 이해를 한다 해도 모던하고 추상적인 그림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그림이야? 이런 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만 들었다.

 

이 책 『런던 미술 수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번 했었는데 바로 저자가 인터뷰하기 위해 무던 노력을 했던 대미언 허스트의 도트 페인팅이다. 243쪽에 나오는 허스트의 도트 페인팅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눈에 확 띌 정도로 뭔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는데 그게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많이 본(저자의 느낌처럼) 땡땡이 무늬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이것도 그림이야? 하는 나의 그림에 대한 안목(?)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앞서 그 그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이 없었다면 풋! 하고 웃어버렸을 것이다.(저자나 허스트의 팬이 알면 나의 무식함에 뒤로 넘어가겠지만;;)

 

이렇듯 그림에 대해선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내가 그래도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책으로부터이다. 언젠가부터 그림을 설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동안 책에서든 영화에서든 그림을 보고도 그 그림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던 내게 책은 이 그림은 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해서 나는 저자가 크리스티 수업 과정에서 배운 그림에 대한 설명들을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

 

아직까지 유럽의 박물관을 가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런던과 파리의 박물관에 대한 아주 큰 호기심이 생겼다. 들라크루아나 샤반, 특히 밀레이의 「오필리어」는 정말,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쓸데없는 말이 많았는데, 저자의 박식한 그림 지식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역시 뭐든지 관심이 있는 분야는 파고들게 마련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척‘만 했지 별로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책으로만 그림을 이해하려드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낀 부분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림에 대한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동료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센스가 돋보였다. 자칫 지루하고 잘나가는 한 아트컨설턴트의 자랑질로 채워졌을 런던 생활이 그들로 인해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학위도, 경력도, ‘빽’도 없었지만 그림이 미치도록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저자의 정신은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요즘 부쩍 다른 나라의 그림 여행 관련 책이 눈에 띈다. 얼마 전에 뉴욕의 그림에 대한 책을 들었다가 지루해서 치워버렸는데 이번엔 파리의 그림들에 관한 책이 눈에 띈다. 내친 김에 다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물론 이 책 정도만 재미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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