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샤갈이 그린 라 퐁텐 우화
장 드 라 퐁텐 지음, 최인경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7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우화작가인 라퐁텐은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희극을 부각시킨 점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솝 우화와 더불어 누구라도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그의 우화는 이솝의 우화 및 동물과 인간, 신이 등장하는 240편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재구성하여 간결하면서도 절묘한 풍자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요즘도 아이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는 책이다. 이 우화에 자유로운 공상과 풍부한 색채로 유명한 샤갈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준다고 하더니 정말 그의 풍부한 색채의 그림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정감이 더해진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우화 속에 보이는 풍자들이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라퐁텐 우화가 나온 지 이미 3세기나 지났고 그 우화들은 여러 방법과 다양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기에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구태의연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로 들자면 「흙 항아리와 쇠 항아리」같은 이야기는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작품이다. 예전처럼 귀족과 평민의 구별이 확실하던 때에는 옳은 소리라고 들리겠지만 21세기인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사실 옳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따지고 치자면 계급보다는 경제적인 부로 차별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흙 항아리들이 깨지기 싫으면 우리끼리 놀아야 해 한다는 것은 좀 우습다는 거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라퐁텐우화를 읽으며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며,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 할 것이며, 속임수를 쓰는 자는 꼬리가 잡힐 것이라는 것을.
아무튼 라퐁텐우화가 샤갈의 그림으로 말미암아 풍성해졌다.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읽다보면 글 속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상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라퐁텐이 이솝의 우화나 다른 이야기들에서 자신만의 화법으로 우화를 재구성했듯이 샤갈 역시 라퐁텐우화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샤갈 덕분에 이 책이 빛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뻔한 이야기에 환상적인 그림! 비록 책의 작은 그림으로밖에 샤갈의 그림을 접할 수 없지만 그 그림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가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비록 그림에 대한 안목이 없다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짜 그림을 눈앞에 두고 라퐁텐우화를 생각하며 바라보고 싶다.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