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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경상도인인 나는 이 책 『점퍼』의 발음을 자꾸만 『점프』혹은 『즘프』라고 발음하여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 Jump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마도 『점프』라고 발음했을 것이다. 딴에는. 근데 친구들이 아니란다. 『점퍼』란다. 나로선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인;; 단어였지만 그래서 심지어는(이건 순전히 어떤 책인지 사전 검색도 없었고, 친구들이 이야기 할 때도 건성으로 듣다가 '순간이동'이라는 말을 얼핏 듣고서야 아! 했다) '잠바'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순간이동'이란 매력적이다. 내가 가 본 장소로 휘리릭~ 갈 수 있다니! 언젠가 읽은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생각났다. 물론 그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플롯이지만 순간적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은 비슷하다. 아버지의 학대에 집나간 엄마, 그 덕분에(?) 아버지에게 학대 받는 소년이 아버지의 매를 피하다가 순간이동이란 걸 하게 된다. 이유는 없다. 이 책엔 그 설명이 안 나온다. 왜 어쩌다가 '순간이동'이라는 기술(?)을 가지게 되었는지...
주인공인 데이빗은 그 기술로 말미암아 아버지를 떠난다. 혼자서 생활을 하면서 여자친구도 사귄다. 문제는 생활능력이다. 데이빗은 미성년인데다가 사회보장카드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에 취직은커녕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먹고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데이빗은 순간이동의 능력을 사용하여 돈을 훔친다.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다지 좋은 모습 같지는 않다. 또 절제가 되지 않는 청소년이라고 해도 무조건 '점프'를 해대는 모습은 별로다. 하긴 소설이니까. 뭔가 스펙타클해야하니깐. 사실 참신한 듯 보이지만 좀 억지스러운데가 있다. 그래서 재미로 따지자면 『점퍼1』보다는 『점퍼2-그리핀이야기』가 훨씬 짜임새가 있다.
트집만 잡았는데 그래도 나름 좋은 점을 보자면 이 소설은 스펙타클한 모험 소설이기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거다. 데이빗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집나간 엄마를 찾아 마침내 만나게 된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또 다른 사건에 휘말려 엄마를 잃게 된다. 데이빗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엄마를 죽게한 범인과 그 모든 것의 시초라고 생각한 아버지 또 데이빗의 능력을 눈치채고 따라붙은 정보국 요원들을 상대로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복수야말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되고 만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하에서 소심하고 내성적인 데이빗이 자신의 능력을 안 순간 좀더 당당해지고 적극적이 되지만 결국은 아버지에게 붙잡힐까 두려워하고 다시 엄마에게 버림받을까 걱정하는 모습은 천상 청소년의 모습이다. 결국 혼자서 고민하고 두려워하다가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데이빗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거다. 그러니 스펙타클한 것만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데이빗의 고민과 성장하는 과정을 놓칠 수도 있다. 그걸 원하다면 영화를 봐야할 것이다. 아무튼 잘 들여다봐야 한다. 데이빗의 분노와 이해의 과정들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지 순간이동한다. 점프!" 아주 매력적이지만 알고나니 역시 평범한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남과 다른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좋든 나쁘든 불편한 것 같다. 어쨌거나 데이빗이든 그리핀이든 둘 다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