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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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것은 작은 이야기일 뿐이다. 아코디언 연주자, 유대인 권투선수, 달리기 소년, 수많은 도둑질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연관이 있는 소녀이자 책도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철학적이다가 너무나 현실적인, 그리고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들이 마음을 흔든다. 쿵쿵쿵!

또 한 명, 아니 또 하나의 등장인물, 죽음의 신.
그는 신이다. 말 그대로 죽음의 신이다. 하지만 낫 따위를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그가 다정하게 당신을 굽어보며 서 있을 것이다. 당신의 영혼은 그의 품에 안길 테지. 그는 당신을 안고 갈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비명이 허공에서 뚝뚝 떨어지겠지” 그다음에 그의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그 자신의 숨소리, 그리고 냄새의 소리, 그의 발걸음 소리뿐. 그는 책도둑을 세 번 만났다. 그가 본 책도둑의 주변 색깔은 하얀색, 검은색, 그리고 “걸쭉한 수프 같은 빨간색”이다. 이제 그 책도둑을 만날 것이다.

그 소녀는 책도둑이다.
책도둑은 한쪽 눈을 뜨고 한쪽 눈은 꿈에 잠긴 채 동생이 죽는 것을 보았다. 하얀색이다.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했고 은 같은 눈을 가진 양부와 자신을 “자우멘슈”라고 부르는 양모를 만났으며 제시 오언스이고 싶어 하는 달리기 소년과 우정을 맺었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를 두 번이나 준 유대인 남자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으며 곤두박질 친 비행기 안에서 죽어가는 병사를 보았다. 검은색. 어느 날 빨간색의 하늘 빛 아래로 재 같은 눈송이가 어여쁘게 내리던 날 허공에서 뚝뚝 떨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빨간색. 그리고 책도둑의 삶은 열 권의 책으로 이루어졌다. 훔친 책 여섯 권, 어느 날 부엌 식탁에 나타난 책 한 권,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이 주고 간 책 두 권, 노란드레스를 입은 어느 부드러운 오후가 배달해준 책 한 권.

전쟁이었다. 그 전쟁이란 것은
피와 폭력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죽음의 신을 피해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책도둑이 살던 그 시대엔 사람들이 스스로 그를 찾아간다.

소녀는 아니 책도둑은 훔친 책을 읽는다. 목소리 하나가 그녀 안에서 음들을 연주했다. 그 목소리가 말했다. 이것이 네 아코디언이야. 하늘에선 별들이 내려와 쳐다보던 사람의 눈에 불을 놓았다.

◈마지막 사실◈
책도둑은 바로 어제 죽었다고 이야기해야겠다.

이렇게 아름답고도 잔혹하면서 독특한 이야기는 이제껏 보질 못했다. ‘말’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기도 하지만 '퓌러'와 같은 사람들에겐 권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말’에 굶주린 한 소녀에겐 희망이며 꿈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뭐 그리 감동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예 이 책을 읽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 어두운 시절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보여준 그곳 힘멜 거리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다가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책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분노를 다스리며 인간의 본질까지 가르쳐준 한 소녀, 책도둑 리젤을 나는 당분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자, 나의 마지막 말◈
당신은 이 책을 훔쳐서라도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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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08-02-05 19:56   좋아요 0 | URL
흠, 좋아요.<처절한 정원>도 괜찮은 소설이지만 이책도 좋답니다.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나온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 도 정말 좋습니다. 두 권 추천합니다.
글고..문장을 패러디하고 도용한 게 많지만(일부러) 이건 약과예요..읽어보세요;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이랍니다..책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