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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천운영의 소설은 읽은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문체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책으로 천운영을 처음 만난 작품이라고 생각하자. 읽다보니 그런 것 같다. 처음 그를 만나게 된 동기는 솔직히 제목에 '혹'해서였다. 밑에 인식의 힘님이 '대중적인 제목'을 보고 속단하여 책을 구입했다가는 후회할 것이라 했는데 대공감하는 바다. 제목에서 풍기는 뭔가 애절하고 감상적인 느낌과 표지 이미지가 어쩐지 달곰쌉쌀한 연애소설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연애소설, 그러나 그 이미지는 「소녀 J의 말끔한 허벅지」를 읽는 순간 깨져버렸다.
이미 남남이 되어버린거나 마찬가지인 부부는 서로에게 어떠한 욕망도 느끼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아내를 이해못하고 그런 그녀도 남편의 흰 수염과 복덕방 냄새가 나는듯한 모습에 권태를 느끼기는 매일반이다. 그런 그들 사이에 한 소년이 끼어든다. 그리고 그 소년이 가지고 있는 젊음이 부럽기만 하다. 남편은 젊음을 동경하면서 증오하고 자신의 늙음에 대해 비관적이다. 하지만 끝내는 소년을 통해 늙음과 화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젊음만이 아름답고 순수한 욕망의 대상이라 생각한 남편의 속좁은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욕망을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노래하는 꽃마차」는 연애소설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상처투성이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그의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과연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인가? 엄마의 사랑이 받고 싶은 그녀에게 광신도인 엄마는 막 피어나는 그녀에게 아름다움이 죄악이라며 저주하고 하느님을 빙자한 오빠는 그녀를 겁탈한다. 또 주점에서 일하는 그녀를 수많은 남자가 차지한 후 돌아선다. 이제 그녀를 사랑한다는 남자를 만났으나 그 역시 그녀가 안고 있는 상처로 인해 일탈하는 그녀를 의심하고 집착하게 된다. 그 또한 사랑을 빙자한 학대일 뿐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통해 진정 사랑을 배운다. 그렇다면 이건 사랑이다. 천운영식 사랑법.
작가들에겐 상처와 불행으로 고통스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매력적인 소재인가보다. 행복한 삶보다는 지리멸렬하고 궁상맞은 삶속에서 과거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찬란한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는 비루한 인생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뭐 어쩌면 그런 삶들을 보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구나 위안을 삼기도 하고 때론 그들의 삶에 욕지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천운영은 내게 좀 어려웠다. 그의 글 속에 들어 있는 깊은 의미를 꿰뚫어보기에 나의 내공이 좀 약한듯;;;그래도 집중을 하게 만든 점은 좋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