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온다
백가흠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고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 책을 들었다. 그동안 공백 기간이 있어서인가? 아, 적응이 안 된다. 나는. 비교적 읽을 만했던 「광어」를 제외하곤 솔직히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웃기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광어」를 읽으면서 12쪽 중간쯤에 나온 "당신이 마취에 깨어 방바닥을 뒹굴지 있지 않을까 마음이 조급해진다"를 읽으면서 내 마음도 같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처음부터 너무 세잖아. 화자가 누구든가? 회치는 요리사 아닌가? 헉!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이후 표제작인 「귀뚜라미가 온다」를 읽을 땐 빌어먹을 달구녀석의 처지를 이해하기보다는 엄마라는 자리에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고, 「밤의 조건」을 읽을 땐 나로선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남녀의 사랑에 욕이 나왔다. 하긴 어느 것 하나 욕 안 나오는 작품이 있었겠냐마는 왜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는지;;;;

하나 같이 마마 컴플렉스에 빠진 남자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사랑하거나 혹은 구원의 대상이 된 여자들 이게 과연 사랑인가? 사랑이라고 하더라마는 끊임없이 의문이 든다. 사랑인가? 정말? 기괴하고, 잔혹하고, 폭력적이고 기행적인.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백가흠이 보여주는 묘사와  긴장감은 인정을 해야겠다. 이토록 감정이입이 되어 욕이 입에서 나올 정도라면 소설가로서 독자를 홀린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내용보다는 그 안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왜 그가 사랑의 방식으로 이런 기괴하고 잔혹한 이야기들만 골랐을까? 고민해본다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단편들에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거려지지 않을까? 아무튼 집어던지고 싶은 욕망을 무수히 참으면서 읽어낸 내가 용하다. 그러고도 난 백가흠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남녀의 기괴한 사랑에 이어 일간지 사회면에나 등장할 비루한 삶들에 이어 그가 내 보일 또 다른 이야기는 무엇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