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별장, 그 후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의사가 말하네,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 난 우울해
- 톰 웨이츠


비슷한 시기에 두 명의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길 했다. 유디트 헤르만, 처음 들어본 작가였고 독일 작가다. '독일 문학에서 고대했던 문학적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가라고 한다.

책이 오자마자 「소냐」부터 읽었다. 독특한 문체와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낯설음과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꽤 간결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결론은 없다. 내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면 된다. 남자와 여자 둘, "어쩌면 내가 결국 사랑했을지 모를 아이와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삶의 가능성이 불안해졌다" 니 …" 나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고, 한편으로는 영원히 멀리 사라졌으면 했다" 니…. 도대체 남자는 소냐에게 뭘 원한 걸까? 생각이 많아졌다. 소설일 뿐인데 왜 이리 감정이입이 되는 것인지. "나는……놀랐다. 어떻게든 계속 갈 거라고, 계속 어떻게든 갈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끈질긴 남자들의 열망이란…. 한 남자의 일탈은 결국 한 여자에 대한 집착으로 남을 뿐이다. 내가 손 내밀면 언제든 그녀는 돌아올 것이라는 착각.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미련스럽게 남아 있는 " 가끔 길을 가다가 누군가 내 뒤를 바짝 따라붙어 걷는다는 느낌이 들 때, 뒤를 돌아보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미묘한 떨림은 남아 있다." 착.각. 밀고당기는 게임이라니….

표제작 「여름별장, 그 후」의 슈타인은 헤어진 지 2년 만에 뜬금없는 전화를 해서는 말한다. "그거 찾았다. 집! 그 집을 찾았다고" 그를 만나지 않게 되면서 그를 잊었던 것처럼 그가 했던 말도 잊은 '나'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랑이다. 그 집을 찾았다고 해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사랑이다. 폐가가 되어 언제 무너질 지도 모르는 그 집을 보고 나서도 '나'는 관심이 없다. 그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내 생활을 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슈타인의 엽서가 날아온다. "네가 온다면……." 유디트 헤르만의 문장은 무심하다. 뭔가 어긋나 있고, 애정 결핍이다. 제대로 된 결론은 없지만 그래서 읽고나면 안개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슬프면 슬프다고, 쓸쓸하면 쓸쓸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헤르만 그러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 상황을. 그러곤 독자에게 맡겨버린다. 생각을 해 봐! 너라면? '나'는 마지막에 슈타인의 편지를 받는다. 그러고선 잠시 생각했다. "나중에……."

그 외 증조할머니의 사랑과 우울한 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붉은 산호」도 좋았고, 「발리 여인」도 독특했다.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된 단편이 모두 아홉 편이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일탈된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실적이면서 시적이고 글을 읽는 재미까지 준다. 정독해야하고, 두 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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