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사놓은 지 몇 달이 지났다. 얼른 읽어야지 하면서도 못 읽고 있었다. 늘 그렇다. 결국 가장 최근에 나온 책부터 읽게 된다. 나쁘지 않다. 그의 전작들이 궁금해지니까! 
 
그는 어떤 장르의 소설가로 분류가 되는 걸까? 드라마? 추리? 아니면 심리? 이 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가독성을 높이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쩌면 ‘추리심리드라마‘라는 신종어를 사용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 요소들이 적당하게 들어앉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이 책은 소개에도 이야기 했듯이 영화를 보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표정이 눈에 선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 속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만 증폭하지만 질리지 않게 또 경쾌한 서술로 시종 내 시선을 이끌어갔다. 


도통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그 관계를 들어내면서 고개를 끄덕일 무렵 보여주는 놀라운 반전은 그 어떤 추리소설 못지않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더구나 추리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휴먼드라마와도 같은 설정은 기욤 뮈소의 감성적인 문체와 상처를 받은 자와 상처를 준 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 더욱 작가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다섯 살 먹은 딸의 돌연한 실종으로 노숙자로 전락한 아버지 마크, 누군가에게 복수를 꿈꾸며 뉴욕 거리를 헤매는 에비 그리고 연일 스캔들로 일간지를 장식하는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과 그들의 공통된 분모로 나오는 커너. 그들이 던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감정이입하다 보면 상처를 준 사람이나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결국은 똑같은 피해자임을 알 수 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그들이 깨닫게 되는 마지막 결론에서 우린 단지 이 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이제 책꽂이에 꽂힌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꺼내 읽어야 할 차례다. 또 한번 그의 경쾌하고 따스한 문장에 빠져들 것이다.  

“용서받지 못할 일은 없어요. 다만 인생에서 우리 힘으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있을 뿐이죠. 당신이 이 세상의 고통을 다 짊어지겠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요.”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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