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앵거스 - 사랑과 꿈을 나르는 켈트의 신 세계신화총서 7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와 쑤퉁의 『눈물』에 이어 세 번째로 읽는 <문학동네>의 신화총서 시리즈다. 여태 나온 신화총서들 가운데 내가 전작을 읽은 작가들의 것은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내 친구처럼 신화 시리즈에 깜빡 넘어가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던 터라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긴 하지만 올 초에 『무게』를 읽어보려고(굉장히 얇다. 금방 읽을 줄 알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는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반납한 기억이 있어 이 책도 사실 다시 읽기가 두려웠었다. 그런데 신화라면 깜빡 넘어가는 그 친구가 나오자마자 사서 읽어보더니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친구를 믿는 셈치고 읽었다. 역시 친구는 믿어야 한다.^^

 『꿈꾸는 앵거스』는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숱하게 들어봤어도 켈트 신화는 낯설기만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제목에 나오듯이 뭔가 꿈꾸듯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내용을 가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더구나 이 책을 쓴 작가는 내가 조카랑 재미있어하며 읽었던 『이리저리 움직이는 비비원숭이』와 『사자와 결혼한 소녀』를 쓴 작가가 아니던가? 더 앞서 『넘버원 명탐정 에이전시』시리즈의 작가이니 친구를 믿고, 작가를 믿고 읽으니 그 즐거움은…….(딴소리만 자꾸^^;;;)

앵거스의 탄생 신화를 앞부분에 보여주고 뒷부분의 단편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 앵거스라는 공통점을 두고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다. 지난번에 읽은 『페넬로피아드』도 그랬고, 『눈물』도 그랬지만, 작가들의 재해석은 꽤 흥미롭다. 전해 내려오는 신화를 두고, 혹은 그 작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신화에 무지한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신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꿈꾸는 앵거스』도 마찬가지다. 그냥 켈트 신화 그대로를 읽었다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물론 여기선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가 나기는 한다. 나는 제대로 된 신화이야기보다는 쉬운 이야기를 좋아하므로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며 쓴 소설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작가는 앵거스라는 신화적 인물을 두고 과거와 현대 어느 곳에든 앵거스를 존재케 했다.

신랑의 비밀을 궁금해 하는 신부에게 나타나 그의 비밀에 관한 꿈을 꾸게 하고(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그러나 그는 아직 여기에 있다),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라 생각했던 형이 캐나다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동생에게 형은 잠을 청해서 앵거스를 만나보라고 한다. 그 꿈에서 앵거스가 캐나다에 있는 형에 대한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우리 형), 또 추리 소설을 쓴 작가답게 움찔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한다(다른 소년이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님을 알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한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다(나 그대의 꿈을 꾸네). 얼마 전에 읽은 조경란 작가의 『혀』의 일부분이 살짝 생각나기도 한 이 단편에는 '자각몽'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물론 모든 단편들이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이 단편을 읽고 나면 왜 많은 사람들이 앵거스를 만나려고 하는지 알게 된다.

"앵거스는 사랑의 신이자 젊음의 신이며 꿈의 신이기도 했다. 그를 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사랑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들은 앵거스가 지나는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자기들의 연인이 될 남자나 여자의 꿈을 보내달라고 청하곤 했고, 앵거스는 언제나 그렇게 해주었다.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p137

오늘 밤부터 앵거스를 기다릴 일만 남았다. 사랑과 꿈의 신 앵거스, 나 그대의 꿈을 꿀 것이니 내게도 언제나처럼 그렇게 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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