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2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실재와 허구를 적당히 버무려 만든 팩션 소설이다. 스페인 까딸루냐의 ‘격식왕’이라 불리는 빼드로 3세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14세기 스페인에서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 하던 한 도망자의 아들인 아르나우의 일대기를 ‘바다의 성당’이라 불리는 <산따 마리아 성당>의 건립 과정과 함께 전개된다.

결혼하는 모든 농노의 신부는 영주와 초야를 치러야 한다는 과거 까딸루냐에 존재했던 잘못된 조항으로 말미암아 결혼식 날 어린 신부를 영주에게 능욕 당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들마저 해치려드는 영주를 피해 베르나뜨는 아들을 데리고 바르셀로나로 탈출을 한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아버지 베르나뜨는 아들 아르나우의 자유를 위해 바르셀로나의 동생 집으로 가서 도움을 청한다. 장인으로 이미 부자가 되어 있는 매부는 아내이자 베르나뜨의 여동생인 기아모나의 부탁으로 베르나뜨를 거둬들이지만 베르나뜨는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왔다는 이유로 인해 거의 노예나 다름없이 살게 된다. 그럼에도 아들 아르나우를 소작농이 아닌 자유인으로 살게 해주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보여 주듯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되는 14세기 바르셀로나에서 그 ‘자유’로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더구나 베르나뜨가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을 선동한 죄로 교수형에 처해지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아르나우는 그 죽음에 직간접으로 관여가 된 고모부와 그 사촌들과 남작부인에 대한 복수심을 갖게 된다.

이제 이 소설은 그 복수심을 향한 아르나우의 인생이 펼쳐진다. 그 인생에서 성공, 좌절, 사랑, 아픔과 고통이 오고가며 흥미를 더해준다. 특히 이 소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사실인 14세기 스페인의 역사는 스페인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에게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인 흑사병, 영주와 소작농의 관계 따위나 겨우 영화에서나 본 기억으로 알고 있을 뿐이지 빼드로 3세니, 마요르까의 하이메 왕이니, 세르데냐의 전쟁 같은 역사적으로 일어나거나 존재한 사실들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선 대충 읽고 넘어갔다고 솔직히 이야기 한다. 다만, 아르나우와 관련된 부분에선 사실이든 허구든 딴엔 이해를 하며 읽었는데 뒷부분에 나온 작가의 노력이 다분히 엿보이는 역사에 관한 설명은 나름대로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리의 대하소설에 비교하면 이 책을 대하소설이라 부르기엔 뭔가 좀 미흡해 보이지만 작가 나름대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14세기 스페인의 영토 분쟁에 얽힌 정치적 상황과 경제, 흑사병, 유태인 공동체의 삶과 종교재판, 까달루냐 성당의 고딕 건축 양식,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사랑까지.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짧은 분량이지만 대하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 재미와 더불어 읽은 후엔 두 권짜리 소설이 아니라 열 권짜리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들게 한다.

세계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사실이 있는데 그건 하층민들의 삶이다. 우리나라나 어느 나라나 너무나 비슷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애환은 사람이 사는 곳은 그 어느 곳이든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더구나 그들이 자유를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하는 역사는 어느 나라든 있게 마련인 것 같다. 더구나 그 민중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은 아르나우와 같은 하층민의 삶을 살아본 사람뿐이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아르나우와 같은 짐꾼들과 민중들이 함께 지은 <산따 마리아 데 라 마르, 바다의 성모마리아> 라 불리는 그 성당이 보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어머니와 같은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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