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쑤퉁을 처음 만나 것은 『이혼 지침서』라는 중편집에서였다. 워낙 중국 작가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없던 터라 반갑기도 했고, 중국 소설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그즈음 내가 읽은 중국 소설은 <위화>의 소설뿐이었는데 모두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 쑤퉁의 『이혼 지침서』에 나온 표제작인 「이혼지침서」가 꽤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몇 안 읽은 중국 작가들 중에 가장 중국스러운 작가가 쑤퉁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체에서 중국인 특유의 음율과 목소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오,정말? - -;;) 약간 냉소적인 유머와 따따따 하는 날카롭고 시끄러운 소리가 대화체를 읽을 때마다 느껴진다. 처음엔 몹시 거슬리지만 읽을 수록 그 모습이 연상되면서 딱! 중국 소설임을 느끼게 된다면 나의 억지인가?^^;;; 아무튼...

문학동네에서 나온 신화총서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다. 제목처럼 글 전체가 축축한 눈물로 가득하다. 눈물이 가득하다고 해서 내용이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그렇진 않다. 따지자면 슬픈 결말이지만 이 책은 결말보다 과정이 훨씬 재미있고(결말은 어렴풋이 짐작이 되므로) 이야깃거리가 많다.

신화총서답게 중국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맹강녀>라는 만리장성을 눈물로 무너뜨린 여자의 이야기다. 내려오는 설화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알려진 게 없지만 쑤퉁은 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숨을 쉬게하여 맹강녀가 아닌 '비누'라는 여인을 탄생시켰다. 그러고 보니 신경숙 작가가 『리진』에서 리진을 살려내고(이건 설화가 아니지만), 황석영 선생이 『바리데기』에서 설화 속 인물에 뿌리를 두고 이야기를 만든 것들 모두 별 내용 없는 이야기들을 대단한 이야기로 바꾸어버리는 것이 재능있는 작가들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은 '비누'라는 여인의 <남편 찾아 천리 길>같은 소설이다.^^; 어느날 소리소문없이 만리장성 쌓는 일에 남편인 치량이 동원되어 끌려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비누는 여름 옷을 입은 채로 떠난 남편이 걱정되어 집을 팔고, 남편에게 입힐 겨울 옷을 준비하여 누구도 생각조차 못하는 그 머나먼 길을 떠난다. 그 여정에서 비누는 죽을 고비와 힘든 일을 겪게 된다. 그러고는 드디어 도착 한 만리장성...

쑤퉁은 정말 기발하다. 비누가 겪는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 같이 중국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면서 신화총서답게 판타스틱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나 잘 버무려 흥미를 돋게 한다. 그의 문체를 보면 위트가 있고 해학이 담겨 있다. 그 해학이 어찌나 중국스러운지 누구나 읽어도 나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쑤퉁이 만들어 낸 판타스틱한 이야기는 그 첫 번째가 눈으로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마을 이야기다. 울다가 억울하게 죽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 북산의 세 마을은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걸 금지한다. 남자들은 워낙 눈물이 없으니 그럭저럭 견디지만 여자 아이들은 뻑하면 울어대기에 세 마을 나름대로 '눈물의 여아경'(여자를 훈계하고 부덕을 수양하는 책)을 갖게 된다. 다른 두 마을은 제쳐두고 비누가 살고 있는 도촌에서는 엄마에게만 받는 특이한 비법이 있었는데 그 비법은 입술로 눈물을 흘리고, 귀로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유방으로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흘리는  비법을 배우던 비누는 어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제대로 전수 받질 못해 매번 눈물을 질질 흘리고 다녀 항상 축축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거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 '비구름이 지난간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그녀가 남편을 찾으러 가는 길에 온몸으로 울게 되어 '눈물인간'으로 불리게 된다. 상상이 되는가? 손에서, 발가락에서, 심지어는 그 눈물로 인해 홍수가 날 지경이라니!! 두 번째로 판타스틱한 이야기는 '사슴인간'과 '말인간'이다. 인간이 동물 흉내를 내며 산다는 것이 웃기는 설정이지만 쑤퉁의 설명을 듣다보면 가능하겠다라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정말!) 이렇듯 쑤퉁의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해학은 어찌나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지 감탄스럽다.

『눈물』에서 비누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남편이 있는 만리장성에 도착한다. 순수하지만 우둔한 비누가 그 여정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억압 당하고 무시당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도착해야하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흘리고 마는 그 눈물이야말로 진정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도 남음이다. 그게 설화든 사실이든 말이다.

쑤퉁은 눈물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힘든 백성들, 가진 것이라곤 눈물밖에 없지만 그 눈물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 행복한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쑤퉁의 말대로 『눈물』은 눈물로써 우리에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익살스런 그의 문체 만큼이나 흥미롭고 독특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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