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식 장르소설의 종합 선물상자

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온다 리쿠의 책은 이제 겨우 두 권을 읽었다. 독특하고 흥미롭다! 가 나의 평이다. 술술 잘 읽히고 나름 반전과 긴장감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책소개에 나왔듯이 이 책은 '예고편'들이 몇 편 들어 있다. 그래서 『밤의 피크닉』이나 『여섯 번째 사요코』를 읽은 독자라면 그 책들이 어떻게 장편으로 나왔는지에 대해 알게되면서 그 흥미로움이 배가 될 것이다. 작가들은 단편의 아쉬움을 곧잘 장편으로 풀어내지만, 왠지 예고편과 같은 혹은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처럼 히로인 리세의 어린시절을 다룬 단편들이 있다는 사실은 온다 리쿠의 소설처럼 은근히 소름이 끼쳐지기도 한다. 

모두 열 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이 책은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SF까지 온갖 장르를 넘나든다. 그래서 어쩌면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이 단편집이 멋진 선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온다 리쿠식 장르소설의 종합 선물상자?(- -)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어느 영화의 기억」과 「국경의 남쪽」이다. 「어느 영화의 기억」에는 실재하는 소설 『청환기』와 영화 <청환기>가 소재로 등장한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본 영화에서 화면을 온통 뒤덮은 바다의 이미지를 좇아 과거를 더듬어 가는 이야기로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는 결론은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국경의 남쪽」도 비슷하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마지막에 '내가'느끼듯이 망상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숨이 막히고, 식은 땀이 나는 것은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단편으로도 이렇게 오싹함을 선사해주는 작가이니 그의 장편들이 얼마나 흥미로울지 알만하다. 이제 지겹도록 그의 작품을 만나봐야겠다. 『밤의 피크닉』의 전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으니 그 책을 읽는 재미도 색다를 것이고, 리세의 어린시절 이야기도 들었으니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더욱 흥미있게 읽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