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빈털터리가 됐어요 소년한길 동화 36
구스타프 세더룬드 지음, 얀 올로프 산드그렌 그림, 김영선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가끔 신나게 노는 조카들을 보면 쟤들은 정말 행복하겠다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떄는 늘 내게 뭔 일이 터져서 고민스러울 때라서 아무 생각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운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놀 고민, 만화 볼 고민 같은 어린아이다운 고민들을 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진 않을 테니 말이다(아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고민할 수도 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안 남;;; 나중에 딱 일곱 살 먹은 조카에게 너의 고민이 뭐냐고 진지하게 물어봐야겠다.- -;). 하지만 어른들은 다르다. 작은 실수를 해도 의기소침해지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좌절한다. 아이들 입장에선 그런 게 무슨 고민이냐 싶은 생각을 할 것이다. 아이들은 단순하니깐.^^ 

엄마가 온천으로 경영학 강좌를 들으러 가고, 아빠와 단 둘이 남은 일곱 살 남자아이 '나' 역시 100만원을 10만원으로 잘못 알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세금으로 낸 후 빈털터리가 된 아빠가 내지르는 소리를, "돈도 없이 어떻게 재미있게 노냐?" 라는 아빠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돈이 없다고?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일을 못해? 아빠는 늘 돈이 행복을 갖다주는 게 아니라고 하셔놓곤 말이다. "난 돈 없이도 매일 엄청 재밌게 노는데요"하고 대꾸를 해도 아빤 걱정이다. 겨우 한다는 말씀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오트밀이나 먹자고 하시니.

이 책은 그런 아빠와 함께 돈을 버는 일을 찾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는 그 일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모험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돈 한 푼 없이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이 벌이는 행동은 모험이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깡통을 주워 그걸 팔러간 가게에서 주인아저씨가 자기의 배에 들어찬 물을 퍼낼 수 없어 안절부절하자 그걸 퍼내겠다고 제안한다. 아저씨는 그럼 물을 퍼내고 고기나 잡으라며 승낙을 하신다. 물을 퍼내려 하자 양동이가 없어 근처에 산책중이던 식당요리사에게 양동이를 빌리러 간다. 요리사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고민에 찬 몸짓으로 바닷가로 향한다. 그걸 본 아이가 그 고민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한다.(영리하고 대단한 꼬마!!) 하지만 아빤 기껏 잡아온 고기들을 단돈 5,00원에 요리사에게 팔려는 아이에게 화를 낸다. 자세한 것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어른들이란 늘 그렇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이해부터 하기보다는 어른의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화부터 낸다.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는데 말이다. 암튼, 요리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아빠는 근사한 저녁을 대접 받는다. 배 부르게 먹은 후 아이는 말한다. "빈털터리가 되는 것도 괜찮네요" 이후 둘은 부둣가를 빈둥빈둥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고장난 차를 밀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곤 도와준다. 그리고 그 둘의 진정한(?) 모험은 시작된다.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어떤 일에도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이다. 돈 없이도 재미있게 놀 거리를 찾고, 겁이 나더라도 고기를 잡아보기도 하고, 살짝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아빠가 뜨거운 맛을 봐야한다고 허락은 했지만도 돈을 따고도 내내 슬롯머신을 했다는 것은 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 돈 잡아먹는 기계라며 하지말라는 아빠의 말에 그래도 손잡이를 당겨보고 싶음 마음에 졸라서 슬롯머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 말만 하는 어른들에게 지금 당장! 신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아이다. 그래서 난 아이들이 부럽다. 아무 생각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단순한 아이들이. 아이들처럼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어른들도. 그나저나 요즘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게야- -;;;;

 

특이한 것! -  아이들 동화에 어른인 아빠가 꼭 필요한 물건으로 담배가 나온 것이 참 독특(?)하다. 어른들이나 하는 슬롯머신을 하는 아이도 특이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스웨덴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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