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빅 머니』, 이시다 이라의 작품은 이 책으로 세 권 째 읽는다. 처음에 읽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를 꽤 재미있게 읽은 탓에 무척 기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살짝 실망스럽다. 복잡하거나 재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일본의 거품 경제니, 금융완화정책이나 헤세이(平成) 대불황 같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솔직히 한국의 경제 사정도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데 일본의 거품 경제나 금융완화정책 따위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냐 말이지. 더군다나 주식이라니, 오호~

내 관심 분야가 증권이라든지 주식 같은 것이었다면 재미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쉽게도 난 정치나 경제엔 그다지 흥미가 없고, 돈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이 없는 탓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 지루했다. 조작이든 뭐든 주식으로 돈을 왕창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태반인 현실을 두고 볼 때 아무리 소설이라도 뭔가 뜬구름 잡는 기분에 씁쓸한 생각도 들고(아,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나보다 소설인데;;;) 소설이라는데 전체적으로 주가와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던 것도 별로이고, 주인공인 백수 시라토가 주가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 앞부분은 약간의 사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거의 경제서적 같았다. 그렇다고 시라토처럼 공부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소설처럼 쓴 자기계발서적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만약 이 책이 소설로 분류되기보다는 경제서적으로 분류된다면 훨씬 쉽게 읽히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작가인 이시다 이라에겐 찬사를 보낸다. 나름대로 주가조작, 금융사기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대충이 아니라 이거 경제서적 아니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은 작가가 그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결과이니, 이러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라면 앞으로는 더 독특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의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작가임이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는 그렇다. 사실, 알고 보면 정말 별 것 아니다. 경제적인 숫자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진짜 별 볼일 없는 소설이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흔한 소재이고, 뻔한 소재인 탓이다. 어느 날 백수인 시라토에게 돈 많은 노인이 접근을 한다. 이유는 노인이 젊었을 때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다.(정말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노인은 뜬금없이 아르바이트나 하라며 시라토를 채용하고, 그동안 백수로 별 볼 일 없이 빠찡코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지내던 시라토는 졸지에 노인의 비서가 되어 주가 공부를 하고, 노인의 복수를 위해 거대 은행과 5주간의 머니게임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살짝 나오고, 노인이 주가조작을 할 수밖에 없는 과거가 감초처럼 나와 감성을 자극하며, 행동의 합리화를 시키면서 마지막에는 어이없는 노인의 배신과 역시 드라마 같은 극적인 결론이 기다린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극적이고 역동적인 면에서 소설보다는 드라마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유도 내가 느낀 그대로 그 드라마틱한 것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경제관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내가 온갖 불평에도 이 책을 놓지 않고 읽은 것은 이시다 이라에게 보이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또한 이 책은 경제 이야기에서 살짝 지루함을 제외하면 무척 쉽게 읽히고, 재미까지 있는 소설이다. 더구나 요즘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노숙자나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 변액보험 같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런 글에서 내가 처음 읽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경쾌한 문체가 보였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작품 중에 처음으로 읽은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시다 이라의 이 작품이 내 취향과는 달라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나름 가벼운듯하면서 진지한 이 작품에서 그의 개성을 맘껏 경험했으니 ‘천지가 뒤바뀌는 책’은 아니었어도 앞으로 천지가 뒤바뀌는 한 권의 책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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