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이리도 바쁜지(놀러 다녀오고, 컴은 박살나고, 시간은 안 나고..나름 이유는 많네;;) 리뷰 올리겠다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못 올리고 대충 뭉텅그려 여러 개의 리뷰를 올려버린다. 책을 읽으면 무조건 리뷰를 써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제 할 일 하면서 열심히 책 읽고 리뷰 올리는 많은 독자들이 존경스럽다. 아무튼!!

남한산성!!! 김훈 선생의 책은 처음이었다. 문체가 꽤 낯설었는데 읽다보니 그 문체가 참 좋아졌다. 감성적인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류의 책은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데(사실 너무 남성적이어서 살짝 거부감도 들었다)  우연히!(난 참 우연히 책을 잘 읽는다.ㅋ) 읽어보니 놓을 수가 없었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좋았고,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싸움에 지고 돌아오면 할아버지 같은 사람도 눕혀 놓고 볼기를 때렸다는)이 새로웠고, 그들의(?) 행태가 너무도 답답하여 짜증도 나고, 결국엔 칸에게 무릎을 꿇는 인조의 모습은 슬펐다. 조만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었는데 아직도!! 읽지 않은 『칼의 노래』를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독특한 여행 서적이다. 여행을 하면서 요리를 해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에 맞는 재료로 그 나라와 어울리는 요리를 해 먹고 소개한다. 이 요리들은 너무나 간단하여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을 다 만들어 먹어 볼 요량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또 간단하니 출근 전에 후다닥 만들어 먹거나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일 때 번개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 또! 여행 서적은 그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끌림』처럼 긴 말 필요 없이 짧은 글과 사진으로 긴 여운을 남기며 독자를 사로잡는가 하면, 최근에 읽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사진 한 장 없는 소설 같은 여행기로  그 매력을 보여주는 책도 있다. 이 책은 사진과 제목처럼 혀 끝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내겐 이모저모로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을 선물 받아 미친 듯이 읽고 리뷰 작성 중이었는데 내 컴퓨터가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리뷰 다 쓰고 클릭 잘못하여 다 날려버린 듯한 허탈함이 더는 글을 못 쓰게끔(이건 순전히 핑계일 수 있다.- -)하여 대충 간단하게 글을 올린다. 하드가 살아오는 날 어쩌면 리뷰를 올릴 지도...이 책을 읽으면서 '가정'이라는 곳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행동이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도 말이다. 늘 비행 아동이 나오는 책을 읽으면 sbs의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그 프로그램이 생각났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부모를 마치 종처럼 부리는 아이들. 그런 아이를 보면서도 고쳐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박자 맞춰주는 부모! 어쨌거나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행동에서 좌우된다는 말에 적극 동감한다. 마지막 반전!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놀랍다. 또 마지막까지 정신 못차리는 녀석과 엄마. 자신의 아이라면 왕처럼 받드는 요즘 엄마들을 생각하면 비웃을 일이 아니다. 『용의자 X의 헌신』과 『편지』에 이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정을 자극하는 소설에 푹 빠졌다.

이번에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영상 문법인 되감기, 빨리감기, 건너뛰기와 녹화하기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글을 이끌고 있다. 악몽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억나지 않는 악몽이라고 말하는 '나'는 얼핏 김언수의 『캐비닛』에 나오는 심토머 같다. 처음 읽었을 때 이게 뭔 소리야하고 헷갈렸지만 이내 그 글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결국 악몽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알게 되면 그 슬픈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더그라운드, 지하 세계는 지상에서 혹은 현실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도피처이다. 뉴욕의 지하세계는 언젠가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통해서 본 기억이 난다. 워낙 오래된 지하철이라 그곳에서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긴 가능하지만 그런 뉴욕의 삶을 한국 사람이 그려냈다는 것은 새롭다. 요즘 나오는 신진 작가들의 소설은 정말 독특하다. 사랑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기존의 중견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문체와 개성이 있다. 지난번 문학이 죽었다는 항간에 떠도는 말에 대해 황석영 선생은 '독자가 살아 있고, 작가가 맹렬히 활동하는 이 나라에서 2007년은 한국 문학의 중흥기라고 생각한다'며 열변을 토하셨다. 이러저런 문학상을 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면 황석영 선생의 말씀이 옳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며칠 전 읽은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정한아 『달의 바다』가 한 편의 따뜻한 드라마였다면 서진의 이 소설은 통속적이고 비극적이지만 나름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보여준다. 두 소설 모두 한국 문학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준다고 감히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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