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가 물었다. 꿈이나 목표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고, 그런 이미지는 물음과 동시에 대답을 해야 하는 건데도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뭐지? 꿈? 목표? 이미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야 글쎄, 무지개나 하늘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꿈이라.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꿈이란 게 사라졌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내게 남은 꿈은 무엇인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갑갑했다. 이럴 수가!  

제2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정한아의 『달의 바다』는 주인공인 '나'와 할머니에게 보낸 고모의 편지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모의 편지를 읽다 보면 환상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꿈을 이루었다는 고모의 행복이 내게도 전해진다. 하지만 첫 문장부터 시작되는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 본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직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에서 보이듯이 고모는 이미 그 '꿈'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달의 바다』는 그 꿈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주인공이 번번이 언론사 시험에서 떨어져 좌절하는 현실과 고모가 보내온 편지에서 꿈을 이룬 듯해 보이는 우주적인 환상은 얼핏 달라 보이지만 닮아있다. '나'에게 있어 고모는 하나의 거울이다. 고모를 보면서 '나'는 내가 꿈꿔왔던 미래를 생각했다. 고모의 모습이 '나'의 미래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고모는 어디서든 고모의 꿈을 이루며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환상은 더 강해진다.' 십육 년 만에 만난 고모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비록 고모의 현실이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모는 '나'의 미래임을 '나'는 깨닫게 된다.  

또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는 '나'나 아직도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의 사회에서 고민하는 민이가 그래도 꿋꿋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은 실망스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함에 좌절하기 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을 엿보게 해준다. 특히, 격려하고 토닥거려주는 가족들의 사랑과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 이상의 관계를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느낌은 대략 비슷한 것 같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들어 보면 '어머,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나도 그랬어.' 뭐, 이런 것에서마저 동지 의식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따뜻하다, 고모의 편지가 너무 멋지다. 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다들 그런가 보다. 특히 환상적인 고모의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꿈을 이루었든 말든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긍정적인 생각이 저 멀리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책을 읽고 나서 꿈이 있든 없든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내가 현실에서 얼마나 긍정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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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08-13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더수님이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readersu 2007-08-16 18:02   좋아요 0 | URL
오! 오랜만이군요.^^ 아셨다니 저의 취향을 꿰 뚫고 계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