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 '바람 구두'를 신은 당신, 카뮈와 지드의 나라로 가자!
김화영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을 제대로 느끼려면 ‘알베르 카뮈’에 대해 제대로 알면 좋겠다. 기껏 읽은 책이라곤 『이방인』이 다 인 나는, 그 마저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한국 최초로 알제리의 문학기행이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그 바람만큼 멋진 기행문을 남겼다. 글 곳곳에 보이는 카뮈와 ‘앙드레 지드’의 글과 딱 맞는 장소들을 보니 나도 나중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섭렵하여 저자처럼 문학기행 한번 꼭 가봐야겠다 싶다.

알제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매번 여행 서적들을 펼칠 때마다 나는 지도를 찾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하면서. 지중해 연안, 난 그곳을 참 좋아한다. 지중해. 파랗고, 하얗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그림엽서가 되는 곳들. 그리스, 터키…. 또 기억나는 알제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워들은 알제리 독립과 관련된 프랑스의 대학살. 영화로도, 책으로도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튼 대충 알제리에 대해 겉핥기로 알아본 후 책을 읽었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들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 카뮈의 시적 산문집 『결혼‧여름』중 첫번째 글인 「티파샤에서의 결혼」의 첫 구절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알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닷가, 티파사의 봄빛 가득한 폐허를 늘 그리워하던 저자가 오래 전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갈 수 없었던 아쉬움을 토로한다. 결국 저자가 알제에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나서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을 찾아간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마음이 오롯이 이 책 가득 넘쳐흐른다.

태양의 고장, 알제에 도착하여 숙박한 방의 창문을 열고 미풍이 커튼을 살짝 흔드는 분위기와 창문으로 보이는 ‘기나긴 목걸이처럼 이어지며’ 뚜렷한 호를 그리고 있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저자는 『이방인』의 뫼르소와 마리가 바라보던, 그들과 같은 바다, 거리를 보며 감격에 잠긴다. “오후에 나는 줄곧 일을 했다. 사무실 안은 몹시 더웠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해 부둣가를 천천히 걸으며 돌아오는 것이 즐거웠다. 하늘은 초록빛이었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뫼르소가 말하는 그 ‘초록빛 하늘’이 호텔의 발코니에서 보이는 느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느낌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상상은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알제리의 하늘은 너무나 파랗다. 바닷가의 고대 도시 티파사의 폐허가 된 도시의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행복한 뫼르소를 마주칠 것 같던 5월의 눈부신 햇빛이 바닥에 반사되어 찌를 듯이 튀어 오르는 하얀 광장인 파도바니 해수욕장, 알제 동쪽으로 지중해 연안과 나란히 뻗은 고원지대 카빌리의 파릇한 연두색의 봄과 빠져들 듯 파란 봄 하늘,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제밀라의 죽은 도시와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작은 사진으로도 내 맘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나오는 카뮈의 아름다운 문체의 글들은 알제리만큼이나 카뮈에게로 나를 인도하고도 남음이다.

또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의 주 무대였던 비스크라의 ‘사하라 호텔’은 지드가 생전에 머물렀던 곳이지만 지금은 폐쇄되어 처절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퇴락한 건물이 되어 있었다. 저자는 어쩌면 자신이 그 건물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산유국 알제리의 경제 발전속도가 붙으면 저런 건물쯤은 개발이 될 테니 말이다. “비스크라! 나는 이곳에 오고 싶었다. 그렇다. 이곳에는 공원이 있고 벤치가 있다. 나는 회복 초기에 늘 앉던 벤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거기서 내가 무엇을 읽었더라? 호머. 그 이후로 나는 그 책을 다시 펴본 적이 없다.” - 『배덕자』

그리고 리용 가 124번지, 카뮈의 옛집. 지금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복도도 없이 서로 잇닿아 있는 방 두 개, 식당 하나가 전부인 공간, 열 평 남짓해보이는 곳에서 카뮈의 다섯, 혹은 여섯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미래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될 소년 알베르 카뮈가 성장했다. 작가의 생을 따라 그가 살았던 곳, 성장한 거리, 도시를 되짚어보는 여행은 꽤나 짜릿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짜릿함을 맛보려면 필히 광팬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책에 나온 장소를 따라 여행을 가는 프로를 한 적이 있었다. 작가를 대동하여 책 속의 장소를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책을 좋아하는 나였음에도 그 프로그램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니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면(특히 한국작가는 더더욱) 문학기행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은 카뮈와 지드라는 대 작가와 알제리라는 지중해 연안의 신비로움이 엿보이는 나라라는 장점이 호기심을 끌었으니 늦지 않은 미래엔 <노벨문학상>을 탄 한국작가의 나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광팬이 생기기를 바라는 바다. 그전에 그들보다 먼저 한국작가의 문학기행이 활발해져서 우리가 우리 작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바라는 바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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