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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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듯 정말 개인적인 능력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창의력이 발달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어릴 때 아이와 함께 어울려 놀아준 부모의 도움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치자면 부모 역시 창의력이 발달되어 있어야 하는 건데, 아무리 잘 놀아준다고 해도 아이의 생각을 무시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기발하고 독특한 생각을 잘하는 조카로 인해서다. 동생 역시 어릴 때부터 막내였고, 윗형제들과 나이 차이가 조금 나던 탓에 우리가 학교에 가면 혼자 남아 동물 인형들을 데리고 온갖 상상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나중에 조카가 태어나고 곰돌이 인형들을 동생처럼, 친구처럼 데리고 놀면 친구처럼 같이 상상 속에 빠져 놀아준다. 전화 통화를 하면 조카의 곰돌이 타령을 당연하듯 궁금해 하며 들어 준다. 솔직히 처음에 난 적응이 안 되었다. 난 그다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조금 튀는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만 담아두었기 때문에 조카에게 오늘 뭐하고 놀았니? 하고 물었을 때 “오늘이 윤곰돌 생일이어서 곰돌이 친구들이 모두 놀러 와서 같이 놀았어.”하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 할 때마다 속으로 키득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나도 전화할 때마다 곰돌이들과 통화를 하고(정말!) 조카랑 잘 지내라고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만약 조카가 ‘윤곰돌은 내 동생’이라고 말하는데 “동생은 무슨 인형이지!”한다면 그 아이의 상상력은 그것으로 끝이 나 버릴 거다. 또 “고모, 오늘 곰돌이들이 음악 발표회 한대. 꼭 와서 봐야 해!” 하는데 “인형들이 어떻게 음악 발표회를 하냐? 웃긴다.”라고 한다면 조카는 인형들은 그저 인형일 뿐이구나. 하는 것을 너무 미리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놀 때 “윤곰돌은 노래를 대개 잘 해”라고 조카가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형이 무슨 노래를 해!”하며 핀잔을 준다. 그런 아이들은 필시 어른들의 선입견이 그 아이들의 상상력을 없애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세상엔 그런 아이들보다 조카와 같은 상상력을 가진 창의적인 아이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쓰다 보니 쓸데없는 말이 많았는데 또 뭐 이런다고 나의 창의성이 발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창의성 발달을 가로막는 잘못된 생각들을 가진 사회에서는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능력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능이 뛰어나야만 공부를 잘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똑같다. 어느 자리에선가 어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있은 학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면서 십 년이 넘도록 현직에서 뛰어나다고 인정 받아온 사람이 단지 학위를 못 받았다는 것 때문에 그동안의 찬사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뭔가 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좋은 학위가 직장을 보장하던 시절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학력과 학위로 지적 기준을 판단하는 것 같다.

이 책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 가지 법칙』은 그런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왜 사람들이 학문적 능력에 집착하며, 왜 학습 수준이 미래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간의 지능에는 학문적 능력이 포함되지만 그것이 지능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사람은 비범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지능과 인간의 능력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이야기 하며 그것이 창의성과 인적자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창의성을 죽이고 살리는 조건은 무엇인지, 개인이 일하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개인의 창의력과 조직 내에서의 창의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방법, 조직과 사회의 창의력을 개발하고 통제하는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딴엔 내 속에 있는 창의력을 깨워보자는 생각에서 읽었는데 궁극적으로 이 책은 내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창의성을 억누르는 교육제도의 잘못이며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질과 기원, 가능한 해결책을 판단하고 결론짓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의 지능은 창의적이며,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부모든 기업이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켄 로빈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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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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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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