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2
김영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김영주의 책은 이번으로 두 번째다. 작년에 읽은 『캘리포니아』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소개를 보자마자 두 말 않고 구입했다. 여행서적을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김영주의 글과 그 글을 읽는 독자인 내가 궁합이 맞았다고 하련다. 나는 배낭여행도 안 해보고 김영주처럼 럭셔리한 여행도 못해봤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그곳 사람인 척 살아보는 것은 좋아한다. 내 여행의 목적도 그런 거다. 그래서 부제처럼 붙은 ‘머무는 여행’인 이 책이 맘에 든다. 『캘리포니아』보다는 그 재미가 덜했지만 말이다.^^ 김영주는 이 책으로 아예 여행을 직업으로 택했나보다. 직업의식 때문이었을까? 욕심을 너무 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토스카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토스카나, 말하고 보니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하긴 이탈리아라고 해도 제대로 모를 판에 토스카나를 어찌 알 것인가? 더구나 한국엔 그 흔한 여행안내 서적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말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의 스무 개의 지방 중에 한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다이안 레인이 주연으로 나온 「토스카나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만이 생각난다. 단체 관광 여행을 와서 코르토나 마을을 지나다가 우연히 본 오래된 집에 반해 그 날로 집을 구입해서 아예 정착을 하던 다이안 레인. 저자인 김영주도 이야기 하듯 울퉁불퉁한 시골 길,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시 여자인 다이안 레인이나 김영주는 낭만적인 삶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이다.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서 멀어지고 싶으니 말이다.   

문득 올 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 위해 한동안 이탈리아를 배웠던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까맣게 탄 얼굴을 하고 돌아와서는 너무나 좋았다고 맑게 웃으며 이야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토스카나는 장화 모양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중부에 자리하고 있다. 친구가 다녀온 곳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친구가 말하던 이탈리아와 김영주가 말하는 토스카나는 많이 닮아 보이는 것 같다. 같은 나라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김영주는 사전 답사까지 다녀왔다. 나름대로 꽤 준비를 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부러움과 쳇! 하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래도 덕분에 책으로나마 토스카나를 여행하게 되었으니 그게 어디인가? 마음을 가라앉힌다.(안 그러면 어쩔 거야.^^;)

피렌체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프라토까지 운전하여 가는 김영주의 긴장된 모습에서 ‘공포’의 교차로라 불리는 ‘라운드 바웃’ 혹은 토스카나 식으로 ‘로톤다’라고 불리는 원형 교차로 위력은 가보지 않고도 상상이 될 정도다. 아무튼 김영주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프라토를 시작으로 키안티, 아레초, 시에나, 몬탈치노까지 사실 이름을 들어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그저 김영주가 가는 대로 따라다니며 토스카나를 엿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프라토의 1백년이 된 채소 가게, 이탈리아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 지역이 키안티의 라다, 파란 하늘과 낡은 집들, 완만한 언덕과 나무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던 토스카나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 하던 키안티의 시골길, 집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던 안트리아의 숙소 빌라마토의 브로노와 보제나, 시에나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통 경마 축제인 팔리오가 열리는 피아차 델 캄포, 가는 빌라마다 나타나던 많은 고양이들  역시 토스카나의 명물일 것이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윗쪽에 있던 피사에서부터 몬테카티니, 콜로디, 피에트라산타, 카라라, 피렌체까지 역시 되새겨 봐도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리는 지명이지만 피사의 탑 앞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오른팔을 내밀고 사진 찍는 모습은 가지 않고도 너무나 눈에 선하다. 또 이탈리아 여행 클럽에서 지정한 ‘이탈리아 최고의 마을‘인 바르가의 지붕에 얹힌 기와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네 기와와 색만 다르지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은 중세기 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하니 이탈리아에서는 겨우 1백년 된 것은 그 어떤 것이든 말도 못 꺼낼 법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른 피렌체의 박물관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련다. 어차피 피렌체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하니 죽기 전에 직접 가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단테를, 보티첼리를 그리고 수많은 두오모를 볼 일이다.

김영주는 『캘리포니아』에선 많은 책들을 소개 시켜주더니 『토스카나』에선 영화들을 소개 시켜준다. 「토스카나의 태양」에서부터 자전거를 보며 로베르트 베니니의「인생은 아름다워」,「자전거 도둑」을 생각하고, 샌드위치 하나 사 먹기 위해「혹성탈출」에서 동족을 찾기 위해 헤매는 찰톤 헤스톤을 생각하는가 하면 멧돼지의 머리통을 보며 「델리카트슨」을 생각한다. 또 피사에서는 「러브 어페어」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루카에서는 빌라 여주인에게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페라가모의 저택에서 「사브리나」를 떠올리며 독특한 김영주의 영화에 대한 생각은 막을 내리는데 다음에 나올 ‘머무는’ 여행 03은 과연 어디일 것이고, 또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를지 사뭇 기대가 된다.

여행을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나와 잘 맞는 여행서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기대치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열심히 토스카나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책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편안히 누워 토스카나를 둘러보았다. 즐거웠다. 벨라 차오(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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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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