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과 시클로 - 이지상 베트남 여행기
이지상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보면서 나는 무얼 생각했을까? 베트남, 쌀국수와 아오자이 그리고 베트남 커피…. 대체로 긍정적이고, 밝고, 그저그런 베트남 여행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어처구니없게도 머리말에서부터 틀렸다는 걸 알았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고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르포가 아니고 여행기이지만 그가 보고 겪은 베트남에서의 여행은 그가 아무리 관광으로만 베트남을 보려해도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과거의 상처가 주는 깨달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야 내가 알고 있던 베트남이 보였다. 어린시절 의 기억을 떠올리면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무자비한 베트콩의 만행이었다. 어디서 본 그림인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얼굴에 비닐을 씌워 사람을 죽이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어릴 때 나는 전쟁이 벌어지는 꿈을 많이 꾸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전쟁이 나는 꿈을 꾸면 꿈 속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또 꿈이구나! 그만 눈을 뜨자!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눈을 뜨자! 했는데도 꿈이 계속되어 이젠 정말 전쟁이 벌어졌구나! 하고 겁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런 것들은 아마도 어릴 때부터 무진장 받아온 반공교육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요즘 세대야 6.25가 뭔지, 베트남 전이 뭔지 반공 교육 한번 받은 적이 없었을 테니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베트남 전의 상처를 안고 공산 통일이 된 베트남은 통일이 되면 뭔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북으로 갈려 다른 사상으로 살아온 그들이라 사상의 편견도 많았고, 우리가 베트콩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사실은 북쪽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남쪽의 민족주의자로서 북쪽의 체제를 옹호하고 그들은 도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막상 통일이 되고보니 서로 다른 사상과 베트콩에 대한 북쪽의 푸대접이 많은 베트콩들이 통일 후에 어딘론가 재교육 명목으로 끌려가거나 자살하였다고 한다. 더구나 가난한 북쪽에서 살던 고위급들이 남쪽의 풍족한 경제에 빠져 말할 수 없이 부패되어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옹호했던 베트콩들이 보트피플이 되어 베트남을 떠났다고 한다. 그후 도이머이 정책(경제개발정책)으로 나라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1993년 확실히 개방하면서 지금의 베트남이 되었다고 한다.

무거운 이야기만 늘어 놓으니 이 책이 무슨 베트남 역사서 같지만 그건 아니고, 그 나라의 역사 정도는 알고 있어야 여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한다. 더구나 베트남이라면 한국하고도 연관이 있으니 당연히 알아두어 할 것이다. 베트남을 여행하고, 베트남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럼 베트남의 매력을 엿보자.

우선, 베트남의 물가는 엄청나게 싸다. 태국의 물가를 한국과 비교하면서도 싸다 했는데 이곳의 물가는 정말 장난아니게 싸다. 쌀국수 퍼의 가격은 1,300원 정도이고(오리지날인데 말이지) 10달러면 한 시간 동안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또 하교하는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의 물결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 지 상상이 된다. 메콩 델타의 수상가옥과 박쥐가 산다는 절 쭈아저이(chua doi,박쥐사), 달랏에 위치한 '미친 집' 이라 불리는 이상한 건축물, 높이 15미터의 쁘렌 폭포,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수묵화 같은 하롱베이, 이런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 곳이 또 베트남이다. 저자가 추천한 하노이 역도 궁금하고, 말썽이 생기더라도 시클로도 타고 싶다. 베트남 식 카페에 앉아 달짝지근한 오리지날 벳남커피도 마셔보고 싶다. 요즘은 투자바람도 불어 베트남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한류 바람으로 장동건이 베트남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대통령이 된다는 농담도 한다고 하니 한국인들이 그곳에 가서 관광하기에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한국의 1970년내의 모습 같은 풍경과 북쪽으로 갈수록 바가지와 불친절이 심하고, 잘 알아보지 않고 모르는 도시에 들어갔다가는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가족을 만나기라도 하면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고 하니 조심도 해야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의 시선과 관심이 어느 곳에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어떤 이는 이국적인 풍경들을 보며 사색에 빠질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관광만을 할 것이다. 또 순전히 먹기위해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졌었고, 20세기에 가장 처참한 전쟁을 겪은 것이 한국의 과거와 너무나 닮아 있어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저자의 눈에는 베트남과 한국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담아내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베트남의 상처와 우리의 관계에서 여행의 낭만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늘상 보아오던 여행기가 아닌, 베트남의 겉모습이 아니라 아픔까지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바라듯 나 역시 내가 표지를 보고 처음 느낀대로 베트남이 조만간 밝고, 희망찬 나라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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