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자크 스테른베르그 지음, 권수연 옮김 / 세계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는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이다. 일명 콩트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대개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리는데 유머, 풍자, 기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도 있지만 뭔가 아쉽고, 안타까운 사랑도 있다. 그 사랑들을 읽노라면 어쩜 그 마음들을 이 짧은 글로 표현했을까 싶다. 작가인 자크 스테른베르그는 20세기 불어권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단편을 발표했다고 한다. 광고문언에도 나왔듯이 그는 독자를 놀라게 하고 전율하게 하며 중간 중간 허를 찌른다. 가슴 짠 한 이야기도 있고,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낯설지만 독특한 그의 글에 쏙 빠져들고 만다.

폴란드계 유대인이면서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칭호답게 그의 글에는 유럽의 문화가 보인다. 우리 문화하고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이야기들이 사랑이라는 공통어를 빼면 뭐야? 싶을 만큼 파격적이기도 하다.

문학」에서, 처음 볼 때부터 자고 싶었던 여자와의 금지된 육체관계가 아쉬워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그 여자를 등장시켰다. 소설에 묘사된 여자는 빛과 어둠, 다정함과 잔인함, 활화산과 같은 욕정을 가진 요부와 얌전한 요조숙녀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었다. 그 인물에 푹 빠져 80쪽 짜리 소설을 탈고하고 열흘이 지난 뒤 작가가 마침내 여자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작가가 여자에게서 느낀 감정은 첫 감정과 다른 것이었다. 깨닫자마자 작가가 취한 행동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집에 가서 그의 소설을 다시 천천히 음미하면서 작가가 그토록 원하던 소설 속의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는 거였다. 또 우연히 만났으나 서로 엇갈리고만 인연을 그린「노선」은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구성이지만 새로웠다. 우연이 인연으로 맺어져 운명이 될 수도 있었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 사실은 정말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불가능했던 「쌍둥이」, 자크라는 이름으로 엮은 짧은 이야기 「이름」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본명을 숨기는 남자가 나온다. 또 「상실」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후 실의에 빠져 있던 남자가 자살을 결심하고 42층에서 떨어지는 순간 30층에 사는 금발의 여자를 보는 찰나 깨닫는 확신 “방금 새로운 일생일대의 사랑을 발견했다”는 안타까우면서도 조소가 우러나왔다.

이렇듯 앞서 말한 몇 개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이 보여준 것처럼 사랑했으나 변해버린 마음 혹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름도 바꿔버리는 이야기와 비슷하게 허무하고 외설스러운 글들이 모두 42편 나온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냉소적이고 이기적이며 살짝 외설이 깔려 있어 뭐야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다.

42편의 이야기 중에 유독 내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업무방해」라는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살만 루슈디의 『분노』에서 보았던 닐라와 성석제의 소설집 『참말로 좋은 날』중 「고욤나무」에 나왔던 향지가 생각났는데 「업무방해」에 나오는 코린도 그들과 같은 ‘과‘로서 제목처럼 그녀 때문에 업무가 안 된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다. 이걸 읽으면서 여자인 내가 생각한 것은 남자들의 참 독특한 정신세계다.- -; 도대체 어느 정도로 멋지고 섹시하기에 세상의 남자들이 모두 그녀를 보는 동시에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는 건지, 정말 그런 경험들이 있으니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트집 잡기는 내가 닐라나 향지, 코린 같은 여자가 아니기에 샘이 나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말이다.ㅋ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에서 작가가 보여준 사랑이야기는 남자인 작가가 보는 사랑이다. 그래서 간혹 너무나 성적인 이야기로만 보는 사랑이 거슬리기도 한다. 그게 우리하고는 전혀 다른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내가 여자라서 남자들의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라고 말하니 이런 사랑들도 있구나 하고 알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사랑과 여자에 대한 낯설고도, 매혹적인 이야기!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광고처럼 아주 독특하고 낯설었지만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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