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1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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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조카랑 같이 살며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본 경험이 있어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엄마들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안다고 자신한다. 아이랑 같이 살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다(나도 아이였을 때가 분명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그 사실을 잊고 살았을까?) 그래서 내 생각대로 아이에게 강요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른들의 선입견이란 이제 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아이가 곰들'에' 비밀이라고 아이 딴엔 똑똑한 척하며 적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틀렸어 곰들'의' 비밀이지 하고 지적해줘야 성이 찬다. 처음에 나도 그랬다. 아이가 좀 틀린 글자를 쓴다든가  'ㄹ'을 뒤집어 쓸때면 그게 아니야 하고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고쳐 쓴다는 걸 알고선 얼마나 대견해 했는지...

그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그리는데 이게 나무인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거나 딴엔 열심히 뭔가를 그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뭐야? 에게게 비웃기 보다는 그 그림이 무어든 아이가 이건 뭐뭐야 하고 말하면 칭찬부터 해주었다. "와~ 정말 멋지구나! 어쩜 그런 생각을 다했니?"

이 책을 조카가 읽고 레이먼을 따라 흉내를 냈다. 나도 '느끼는 대로' 그려볼 거야. 하며 이건 하늘 느낌이고, 이건 사랑 느낌이고, 이건 엄마 느낌이고 물론 고모 느낌의 그림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말이다.- -;;

누군가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만큼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슬픈일임에 틀림없다.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할 일이다. 그러나 정말 아닌 것을 멋지다고 해서도 안 되겠지만 나는 그렇다. 어른이라면 그런 것을 지적해주고 고치길 바랄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겐 칭찬과 격려가 많으면 많을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동생 마리솔이 자신의 구겨진 그림을 가지고 가서 그림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레이먼은 '느끼는 대로' 그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녕 몰랐을 거다. 형의 비웃음에 '느끼는 대로'가 아닌 완벽하게만 그릴려고 했으니 자기가 원하는 그림은 절대로 못 그렸을 테니 말이다.

이 그림책을 덮고나니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가 생각난다. 쌩뚱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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