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한정주.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나 할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성격 탓이라고 스스로 판단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왜 이리 말을 못하는 걸까? 고민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 『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를 펼치면서 조선 지식인들이 가르쳐주는 말하기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작심을 했다. 그런데 공자가 말하기를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라고 하였다고 해서 말재주나 배워보겠다고 잽싸게 책을 펼친 내가 참 한심스러워졌다나.


이 책을 읽으면 ‘말하기‘에 대해 요령과 기술을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습득시키기 위한 책은 아니다. 말이란, 자고로 가벼워서도 안 되고 무거워도 안 되며,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고, 침묵은 금이다. 라고 수없이 듣고 자랐으니 말의 ’무서움‘도 알 것이다. 또 말이 주는 ’힘‘에 대해서도 잘 안다. 그래서 그 ’‘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조선 지식인들의 글을 통해 알아본 책이다. 말이란 조선시대나 현재에나 늘 변함없이 사람들이 실수하고, 고민하는 것인가 보다. 읽다보면 하나 같이 옳은 말들이다. 그런데 왜 우린 몇 백 년 동안이나 말을 지배하지 못하고 말에 휘둘려 사는 걸까?


말재주를 무엇에 쓰겠는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거짓말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할 경우가 생긴다. 거짓말이란 거짓이란 단어에 말이란 단어를 갖다 붙여서 말이 가진 설득력을 시기하기 위해서 붙인 거라고 한다. 그러니 사실은 거짓말은 말이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가끔 내 이기적인 마음에 혹은 어느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건 공자의 말씀처럼 쓸데없는 말재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한심한 짓이니 그런 말재주는 필요가 없는 거다.


또 말이라고 해서 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언어(言語)’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내 얼굴이 잘생겼다고 자랑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의 용모가 잘 생겼다고 아첨하거나 칭찬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용모가 못생겼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잘못과 단점을 몰래 말하다가 마침 그 사람이 문으로 들어서면 부끄러움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은 말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말을 삼가야 한다.(…)” 이 역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또 “말이란 소근거려서도 안 되고, 지껄여서도 안 되고. 어수선해서도 안 되고, 어물어물해서도 안 되고, 길게 늘어뜨려서도 안 되고, 딱딱 끊어져서도 안 되고, 소리가 낮거나 힘이 없어서도 안 되고, 난폭하거나 성급해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이런 모든 말에 대한 예절을 다 알고 하자면 그야말로 머리 터지겠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 것들이다. 그걸 못하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반성할 일이다. 이렇듯 이 책에는 많은 말들에 대해 나온다. 홍길주가 말하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가 「율곡집」‘잡저(雜著)’에서 이야기 하는 ‘배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말의 태도’라든가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알려주는 신흠의 「상촌집」‘말과 침묵(語嘿)’에 나오는 말 등등 정말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말에 대해 선수가 되었거나 말재주가 늘었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란 어떨 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소한 말에 대한 예절은 배웠으니 앞으론 말뿐인 사람은 되지 않을 성 싶다. 뭐, 오늘도 난 잘 하지 못하는 말로 더듬대며 떠들다가 금이라도 가진 양 침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렵다,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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