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Notes' 끌림, 제목처럼 이 책은 여행에서 적은 글들이 적혀 있는 책이다. 다른 여행서적과는 좀 다른 이 여행서적이 난 참 마음에 든다. 이 책에는 그곳에 가면 따위의 안내 같은 것은 나와 있지도 않고, 그 나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역시 없다. 오로지 그곳에서 보고 느낀 작가의 생각만 담겨 있다. 그래서 더 좋다. 내 마음 같고, 내가 그곳에 다녀온 느낌이다.


난 여행서적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건 아마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난 몹시 게으르다. 내가 여행을 가는 방식은 항상 준비기간이 없고 갑자기! 이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휴가 잘 갔다 온 내게 일주일의 기한을 두고 무조건 가야 해! 를 외치는 친구를 따라 정신없이 일주일 만에 여권 만들어 싱가포르로 그 비싼 휴가철에, 그 비싼 값을 다 치루고 첫 해외여행을 나간 이후로 늘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 한 달 전부터 혹은 미리 계획을 세워 놓으면 꼭 무슨 일이 생겨 못 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냥 그렇다. 이렇게 이야기 하니 해외여행 무진장 나갔다 온 사람 같지만 그건 아니고 몇 번 되지 않는 여행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하긴 계획 세워 못 간 여행까지 따지자면 제법 되긴 하지만 말이다.


여행에 대한 나의 로망에는 ‘스케치’가 포함된다. 내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여행 간 그곳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한 외국인을 보았는데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스케치북을 꺼내 맞은편에 앉은 학생들을 그리는 모습을 보며 혼자 와아~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나도 여행가면 사진이 아니라 꼭 그림을 그려봐야지 하고 마음먹은 것이. 비록 그 이유로 인해 스케치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크로키를 배운 적도 있다. 하지만 다 커버린 다음에 그림을 그리자고 하니 손이 말을 안 들어 배운 것을 제대로 써 먹지도 못했고, 막상 여행가서는 사진 찍는 것도 벅차서 그림 따윈 그릴 시간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나의 희망사항은 아직도 여행지에서 그리는 그림이다.


끌림』의 작가 이병률은 시인이다. 그래서 그가 적은 모든 글은 시 같다. 작년에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라는 제목의 조병준의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 역시 감성적인 문체에 혹 했는데 그 역시 시인이었다. 『끌림』을 읽으면서 내도록 그 책이 생각난 것은 아마도 둘의 시인으로서의 감성이 독자인 내게까지 통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항상 어딘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여행서적을 펼친다. 비록 내가 지금 당장 떠나지 못 하지만 여행서적은 늘 그런 나의 불만을 충족시켜 준다. 그래서 나는 늘 여행서적을 읽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감성적인 여행기를 적어볼 생각이다. 호호할머니가 되어 실행에 옮길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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