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궁금해 했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숙의 <리진>을 신문에서 읽었다. 처음엔 <리심>과 <리진>이 한 작가에 의해 나오는 같은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다. 그들 둘은 서로 몰랐다고 이야기 하더라마는 아무튼 조선시대 한 궁녀의 일생을 모티브로 소설을 만들었으니 자못 기대되었다.
 
그래서 김탁환의 <리심>을 읽고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생각이었으나 포기했다. 왠지 모르는 무력감과 너무 많은 서평에 기가 질렸다. 그래도 읽은 책이니 써 볼까 하다가 삼 일이 지나 버렸다. 내 기억의 한도는 삼 일이다.- -;
 
이런 책은 일단 재미있다.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해내는,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한 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실재한 인물들의 일대기를 엮은 책들이었는데(우리가 익히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문 같은 것은 제외하고) 사람의 성격은 타고났으나 취향은 변하는가 보다. 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다보니 어느 새 한 사람의 일대기도 읽을 만 하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떨 땐 소설보다 더 많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왜 안 읽으려고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야기가 살짝 어긋났는데 아무튼, 실재한 한 사람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작가들에겐 아주 굉장한 메리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오! 하느님> 역시 조정래 선생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든 팩션 소설이 아닌가? (읽어보지도 않고서리 잘도 알아. 누군가 이 책을 내게 빌려 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감감무소식이로다)
 
이 책은 세 개의 이야기로 나뉜다. 작은 제목이 말해주듯 각 권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리심이 태어나 궁녀가 되고, 법국대사관의 아내가 된 과정을 담은 나아갈 진(進), 프랑스로 간 리심이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여행기처럼 풀어 낸  흐를 류(流), 프랑스에서 돌아와 짧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돌아올 회(回).
 
<리심>을 읽으면서 나는 몹시 씁쓸했다. 조선시대 최초로 불어를 사용하고, 외국인 남자를 남편으로 두었으며 프랑스는 물론 모로코의 탕헤르까지 가서 문물을 경험하고 왔던 한 여자의 일생이 정치적 혹은 이기적인 남자의 마음으로 인하여 희생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말이다. 그 시대에 그런 희생을 당한 여자가 어디 리심뿐이겠냐마는...
 
대충 <리심>을 읽었다. 라고만 쓸 생각이었는데 주절주절 되지도 않는 말들을 늘어 놓았다. 한 이야기를 두고 두 사람이 바라본 시선은 몹시 흥미롭다. 그런고로 문학동네에서 곧 나올 신경숙의 <푸른 눈물, 리진>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여작가이며 문체가 나름 섬세한 신경숙의 이야기이니 좀더 애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 저 제목인지는 모른다. 리진이라는 것밖에^^;)
 
그나저나, 요즘 본의 아니게 두 권짜리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이야기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두 권이니  힘들다.- -;; 그리고 존경스럽다. 두 권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말이다.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 읽느라 고생하셨소이다. 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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