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면서 든 생각은 SF소설이고 SF적인 사랑이야기인가보다 하는 거였다. 달에 사다리가 놓여 있고,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새, 황량하게 보이는 사막. 그런데다 ‘튤슈‘라는 정체모를 이름이 주는 암시는 분명 SF였다. 그래서 S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연히 관심이 없었는데 ’아지즈 네신‘이라는 이름에 그만 하고 말았다. 언젠가 친구가 선물한 책 중에 『생사불명 야샤르』가 있다. 일 년이 넘도록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책, 그 책의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은 것도 없으면서 하고 만 이유는 그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았고,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면 좀 웃기는 이유일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이라는 부제가 붙은 여섯 가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풍자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가 이야기 하는 사랑엔 사람이 아닌 동물과 식물이 나온다, 독수리와 물고기, 담쟁이덩굴과 선인장과 꽃들, 참나무와 인형 등등. 여간한 관찰이 아니면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벌이지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이 책에 나온다. 비록, 동, 식물을 빗대어 표현을 했지만 그 사랑들이 어찌나 절절한지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다. 내가 물고기 익투스가 되고, 나비가 되며, 인형이 되기도 하는 거다.


특히, 참나무와 인형의 사랑의 고통을 이야기 한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은 한 번도 사랑이란 걸 받지 못한 버림받은 인형을 위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희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에 남아 있는 이기적인 면으로 인해 인형의 개성을 무시하고 그녀의 가장 소중한 권리마저 빼앗으려 한 참나무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만을 끔찍이 여기고 동화되지 않는 인형에게 배신감을 가지면서 결국엔 서로에 대한 증오로 서로에게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느끼게 되는 품을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던 슬프고 고통스런 사랑, 그것을 말한다.


또 표제작인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 말하는 사랑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튤슈에 대한 사랑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튤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존재 이유가 커지는 만큼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내 사랑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기본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헤르만 헤세는 유일한 마술, 유일한 힘, 유일한 구원, 유일한 행복을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유일하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그 사랑들은 하나같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죽음까지도 감내하며, 불가능하지만 그 유일한 것에 도전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접한 아지즈 네신의 작품이었지만 나는 그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사랑이야기를 이렇게도 말할 수 있는 거구나! 정말 대단하다! 뭐, 그런 것 말이다. 늘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내가 몰랐던 꽤 훌륭한 작가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세상 구석구석에 있는 튤슈를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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