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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 - 남성이 만들어내고 여성이 활용해온
제인 빌링허스트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고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요부(妖婦)...아리따울 요에 아내 부를 가진 이 단어는 '남자를 호리는 요사한 여자'를 말한다. 책의 부제목도 요상하게 남자가 만들어내고 여성이 활용해 왔단다.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여자들이 '요부'라는 소릴 들었는가?
수메르신화에 나오는 밤의 요괴 릴리트, 아담을 꼬셔낸 이브, 태초부터 시작해서 신화 속에서 언제나 나쁜 여자로 등장하는 판도라,메두사,사이렌...기원전의 살로메까지 총망라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실존인물이었던 클레오파트라나 마타하리, 엠마 해밀톤, 롤라몬테즈도 나오고, 현대로 오면서부터는 영화 속 혹은 책 속에 나오는 나쁜 여자들을 '요부'라 칭하고, 그 역할을 맡은 여배우들마저 속하게 되니...가히 그들의 '요부'행태가 어찌하였기에 그런 요상한 명칭을 얻게 되었을까?
아담의 동반자로 창조된 릴리트는 새로이 생긴 육체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악마의 나라로 가서 타락해버린다. 13세기의 설화 속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부인 필리스에게 빠져 중차대한 과업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본 아리스토텔레스가 대왕에게 욕정을 억제하라고 충고하자 자신의 쾌락을 제약 받게 된 관능적인 필리스가 복수할 계획으로 궁전을 발가벗고 다니면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유혹했다. 그리고 정부(情婦)가 유쾌한 장난감이었던 1700년대의 남자들은 금발의 젊은 요부를 품에 안고 희롱하는 남자가 힘과 권세를 가진 자로 비추었기에 그걸 기회로 삼아 여럿 남자의 마음을 울렸던 엠마 해밀턴 부인이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스스로 욕정과 자신의 미모를 무기삼아 남자들을 유혹한 여자도 있었고,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저 인물이나 몸매가 잘나서 남자들에 의해 '요부'라 불리운 여자들도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요부'에 대한 이미지가 실존 인물에서 영화 속 혹은 책 속의 여자들로 옮겨갔지만 자신의 섹시함을 내보이며 자신의 목적과 분위기에 맞게 페르소나를 선택했던 마돈나나 도발적인 의상을 입고 위력적인 성적 매력을 내보이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여러 세대에 존재했던 '요부'의 이미지를 내보인다고 남자들은 믿는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내 보이는 이 이미지가 자신들을 위한 것인가? 남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이미지인가?는 본인들만이 알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이미지는 그런 여자들은 당연히 '요부'라는 오해를 받아왔고 그런 여자들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남자들이 있기에 아마도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요부'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