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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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이 쓴 책을 두고 <이번엔 제법 잘 쓴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면 자만일까? 작가 후기를 보면 바나나는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보고 들은 것은 거의 소설에 담았으니 앞으로도 소설만큼!은 하는 희망으로 쓰겠다는......

 작가 후기에 각 단편들에 나온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습에 자신의 여행기를 실었다.<'전화'에 등장하는 플로리다 거리의 호텔은 정말 묵고 싶었던 알베아르 팰리스 호텔(Alvear Palace Hotel)입니다. 레클레타 지구의 묘지에서 죽 걸어갔는데, 기분이 절로 들뜨는 활기차고 신나는 산책길이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고 소설이지만 생각해보니 여행과 불륜은 닮은꼴이다. 떠날 때는 긴장감과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으로 힘이 넘쳐나지만 돌아올 때는 지치고 힘들고 피곤해서 편안한 집이 절로 그리워지는 것이다. 바나나는 <세 번의 여행을 하고서야 겨우 소설의 요령을 파악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고보니 '제법 잘 쓴 것 같다'?

 짧은 단편들이 그것도 이 얇은 두께에 사진과 그림을 포함하여 7편이나 들어 앉아 꽁트처럼 '불륜'을 이야기한다. 각기 다른 종류의 '불륜'이 등장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이상한 '불륜'은 여기에 없다. 그들에겐 싸움도 없으며, 갈등도 없다. '하치하니'의 슬픈 그녀만 제외하면, 모두 혼자 되뇌이듯 아름다운 '로맨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열과 관능으로 가득 찬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불륜'보다는 '로맨스'에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바나나의 책은 무조건 필독이다. 무조건 점수를 주고 읽게된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글을 쓴 것인지 궁금해하기보다는 스스로 이해를 할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우습게 보이던 글들이 '오! 그래'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행기인지 소설인지 그것도 아니면 꽁트인지도 모르는 이 책에 대해 약간의 실망이(더군다나 뒷부분의 일정표나 너무나 자부심이 강해보인 작가후기에 대해) 있었지만...피아졸라의 탱고와 서브마리오의 궁금한 맛과 이과수폭포 사진, 하라 마스미의 그림에 안도하며 바나나의 다음 여행소설 '타히티'편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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