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풀스 데이 - 하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태어나면서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 데이먼은 어머니에게 그 병을 물려받았다. 여자에겐 유전되지 않고 남자에게만 유전이 되는 이 병으로 인해 데이먼은 어릴 때부터 멍이 들면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혈우병만으로도 힘든 데이먼에게 에이즈라는 그 당시엔 잘 알지도 못하는 병이 찾아온 것은 17살 때였다. 수혈 받는 과정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생겼다. 그 당시엔 에이즈라는 병명 자체도 생소한 것이었고 치료약은커녕 원인조차 잘 모르던 때라 그런 병에 걸렸을 뿐이라 생각했던 데이먼과 가족들은 결국엔 에이즈로 인해 데이먼을 잃고 만다.


요즘 어느 드라마에 데이먼처럼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나온다. 그건 물론 드라마이고 그래서 에이즈에 걸린 아이나 엄마나 씩씩하게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혹은 우리 가족 중에 한 명이 어이없게도 수혈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린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모든 신들에게 그 탓을 돌리지 않을까? 왜? 왜? 왜?


하지만, 데이먼과 가족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게 에이즈란 하나의 병이었을 뿐이고 이겨낼 수 있는 병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모든 가족이 긴장 속에 살아가야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태어나면서부터 이틀 걸러 수혈을 받아야만 하는 데이먼과 그걸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찢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삶은 늘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혈우병에 에이즈까지 걸린 데이먼 마저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은 정상적으로 태어나 자란 나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에이프릴 풀스 데이』는 데이먼을 사랑한 가족들이 풀어놓는 데이먼에 대한 이야기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데이먼이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부탁한 거다. 그래서 이 책엔 글쓴이가 여러 명이다. 데이먼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늘 기회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 동갑내기면서 혈우병에, 에이즈까지 가진 데이먼을 사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애정과 사랑을 주었던 셀레스트, 그리고 아픈 동생을 늘 지켜보았던 형들. 그 모든 가족들이 데이먼을 위해 희생과 사랑을 주었기에 데이먼 역시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끈기와 열정으로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보여 준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저자인 브라이스 코트니는 데이먼이 에이즈에 걸렸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호주 의료시스템에 대한 부조리와 권위적인 의사들의 세계를 솔직하게 보여 준다. 또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을 지라도 사랑이 있다면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니 우리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이 책을 통해 데이먼을 대하는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4년 동안 자신의 병을 삶 속에 의연히 받아들이며 만우절 거짓말처럼 죽기를 바랐던 데이먼은 그 짧은 인생동안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에 대한 의지는 지금도 병마 속에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데이먼 덕분에 잠시 잊었던 비슷한 삶을 살다 간 내 착한 친구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친구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데이먼도 그 친구도 이젠 아프지 않은 그곳에서 마음껏 뛰놀며 살 수 있을 테니 이젠 안심 하며 미소 지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