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
스티븐 비진체이 지음, 윤희기 옮김 / 해냄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밀란쿤테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났는데 언제 읽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린『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생각해냈다는 게 참 이상했다. 얼마나 오래 전이었나? 내용도 생각 안 나고 그저 밀란 쿤테라하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나고  헝가리든 체코든 소련이든 혁명이든 그런 것과 관련된 것들을 읽게 되면 또 밀란 쿤테라가 생각이 나고 그래서 이책을 읽으면서 밀란 쿤테라가 생각이 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동아일보기자의 서평에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난 그 내용이 잘 생각 나지 않으므로 밀란 쿤테라가 정치적 상황의 탈출구로서 에로스를 이용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이 책『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자유로움과 사랑을 받아 온 안드라스가 엄마나 엄마의 친구들, 고모에게 받은 사랑을 당연하게 여김으로서 그 자신 역시 직접 만나는 사람이나 얘기로 전해 들은 사람 모두를 사랑하고 존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두 살때 아버지를 청년 나치당원에게 잃어버리고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면서도 부족함이 없이 이 세상이 천국인양 살아 온 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주변의 환경이 그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면서 그런 감정을 가졌을 테니 어머니와 같은, 고모같은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게된 것일 수도 있다.

 열두 살에 미군장교에게 몸을 파는 백작부인의 나체를 보고 '저도 이제 다 컸단 말이예요'하고 대꾸하고.'담배 천 개피' 로 부대에  온 금발의 모차르트양에게 흥정을 하는 아이. 그 뒤 또래의 여자아이들과의 데이트는 서로의 무지로 애만 쓰는 '사랑에 관한 한 자기처럼 서투르고 재주도 없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자기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과 함께 깊은 물에 들어가는 일과 같다. 그러다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지라도 아마 대단한 곤욕을 치를 것은 뻔하다' 고 단정해버린다.

 그즈음 첫사랑이기도 한 마야부인을 만나면서 안드라스의 여자에 대한 접근하기 위한 유혹의 말들은 그 나름대로 고심을 한 것이지만 위트있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저 결심했어요. 오늘 당신에게 나와 사랑을 나누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면 그냥 다뉴브 강에 빠져 죽고 말겠다고 말이에요'라든지 마야의 사촌인 클라리에게 '저를 탐해보세요'라고 능청을 떨기도 한다. 그 뒤로 안드라스는 맘에 드는 여인에게 '당신을 덮치고 싶군요' '내 사랑을 받아주신다면 이 아름다운 골동품, 이 재떨이를 그대에게 드리겠습니다.' '당신 아세요? 제가  한번도 이탈리아 가정에 식사 초대를 받아보지 못했다는 걸 아세요?'  하며 접근을 한다..

 이렇게 보면 이 소설이 돈주앙쯤 되는 남자가 나와서 여자를 바꿔가면서 쾌락을 일삼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만약 그랬다면 이 소설이 세계적으로 400만 독자를 사로 잡을 수가 있었겠는가? 물론 이 소설은 한 헝가리소년의 십 대시절에서 이십 대초반까지의 성장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급변하는 불안정한 유럽의 전쟁과 침략속에서 탈출구로 여자를 선택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인 상황이나 정치적 불안에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해냄 출판사의 광고카피처럼 "인생은 전부 섹스는 아니지만, 섹스는 인생이다." - 애인없는 젊은 남자와, 사랑을 아는 여자에게 바치는 소설 -이란 문구가 다 읽고나니 살짝 거슬리기는 했지만 뭐, 어떠랴!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 외설인지 문학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을.      

 이 책은 영문으로 나온 지 40년이 지난 책인데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그 상황을 소화해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꽤 재미있었다. 이제 밀란쿤테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어야겠다. 읽은 지 15년은 더 된 것 같은데... 기억나는 내용이 혁명을 제외하고는 생각나지않는 것이 그 당시엔 뭔 책인지도 모르고 읽었던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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