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 아홉 편이 실려있는 이 책은 모두 남녀의 이야기다. 아니, 남자의 이야기보다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남자는 약한 존재이며, 불안한 존재이지만 나오는 여자들은 강하고 활동적이고 <달관과 체념의 경지에 오른 여자>들이다. 그래서 역자의 말처럼 <세상의 여자들이 좋아라 하며 읽을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원작과 같은 스토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의 느낌은 깔끔하고 사랑스럽고 발랄하다. 장애인이면서도 자유롭고 생기넘치는 모습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싸움의 일부분일지 모르나 그 발랄함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이니 내가 원하는 너(남자)는 내 곁에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런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이 주변의 모든 <정상>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아주 감명깊게 읽은 이야기는 내가 미혼이라서 그런지 아님 내가 그러고 살지 못해서 그런지정말 내가 바라는 여성상(^^;;)이 나오는 <눈이 내릴 때까지>이다. 소박하고 수수한 올드미스 이와코는 연속편을 싫어한다. 한 번으로 완결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처럼 후회없이 남자를 만나고 티나지 않게 몸치장을 하며 아무도 모르게 재테크를 하고 남자에게 의지할 생각이 없기에 베풀 생각도 안한다.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정말 쿨한 여자가 아닌가?..켁~!

그 외에 나를 버리고 간 첫사랑이 성공한 나에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말도 안되는 소릴 해대는 <차가 너무 뜨거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동생의 애인에게 연모의 정을 갖고 혼자 온갖 상상을 다하며 즐거워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등등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 너무나 사랑스럽고 행복한 글들이다.(물론 여자인 내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는데도 쿨하게 보낼 수 있고, 전처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데도 즐거워하며 사는 여자들...어쩌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여자들이지만 이 모든 여자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이다. 자기가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를 제대로 아는 여자들인거다. 그렇지 않다면 배신한 남편때문에 마음이 아파 상처를 받을 것이고<사로잡혀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세상을 비관했을 것이며<사랑의 관> 일에 바빠 나를 방관하는 그 남자에게 일찌감치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남자들은 머핀을 싫어해> 이렇듯 상처받은 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달관과 체념의 경지에 오른 여자들> 여러 소설 속에 여자들을 만나봤지만 이 단편들 속의 여자들만큼 내맘을 사로잡은 여자들은 없었던 것 같다.

사족 : 뒤에 나오는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해설도 참 특이하게 한다 하며 읽고보니 야마다 에이미가 쓴 글이다. 어쩜. 딱 그녀다운 해설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녀는 짜증나고 우울할 때 다나베의 소설을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가르켜 주지 않는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그가 소설로 가르켜준다고 한다. 그러니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이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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