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온 지 100년이 지났고 그 당시에 20만부가 팔리고 해적판이 100만부나 팔렸다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무엇보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니 어찌 안 끌리겠는가? 모든 책을 제쳐 두고 읽었다. 결론은?
 
정말 매 페이지마다 썰렁한 듯 하지만 깊이(?)있는 유머가 등장한다. 전혀 웃길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지만 행동의 묘사 하나하나, 내뱉는 말투 하나하나가 킥킥거리게 한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정경이다. 미스터 빈이 생각나기도 하고, 맹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이 책은 굉장히 문학적이다. 간혹 나오는 문장들은 정말 아름답다.
 
내용은 이렇다. 창피하기 짝이 없을 만큼 게으름에 도가 통한 남자 셋이서 자신들의 기력 없음과 우울함이 <과로>로 인한 것임을 스스로 진단하고 휴식의 필요성을 느껴 보트 여행을 하기로 계획한다. 템스강 일주다. 날씨가 좋으면 야영을 할 것이고 궂으면 여인숙에 들 것이다. 준비과정부터 티격태격 싸우면서 여행을 하는 그들...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킹스턴에서 팽보른까지 (템스강 유역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용상 그렇다^^:) 장장 열흘 동안의 여행을 마친다. 물론 중도하차다.
 
줄거리로 봐선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도 문학적일 것 같지도 않지만 킹스턴을 기점으로 출발을 하면서 여행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보트를 처음 탔을 때 이야기, 오일 스토브를 가지고 탔을 때 벌어 진 이야기. 묘지에서 일어난 일, 미로에서 헤맨 일 등등 가는 곳마다 일화가 있고, 영국의 역사까지 들먹인다. 코메디를 보면 연기자의 불행에 (실수로 물에 빠지거나, 미끌어 넘어지거나) 숨이 넘어 갈 듯 웃기듯이, 이 책에서 조지, 해리스의 불행한 행동은 끝없이 웃음을 유도한다. 또 간혹 보이는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문장은 내가 언제 웃겼어? 할 정도로 아름답고 철학적이다. 그러니 읽고나면 엔돌핀이 나온다. 스트레스 해소, 즐거운 미소. 더불어 <저녁 먹은 후에 들은 이야기들>은 보너스처럼 더 웃긴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유령이야기. 영국이란 나라는 오랜 된 성들이 많으니 크리스마스엔 꼭 유령이야기를 하나보다. 유령이 무섭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웃긴다.
 
뭔가 색다른 웃음과 자극이 필요하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코메디와 개그프로를 보면서 <웃기시네>라는 조소嘲笑를 느낀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론 현재의 개그프로나 코메디의 원조는 바로 이 책인 듯 하니까 말이다. 뭐 어쨌든...나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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