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경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표지가 산뜻한 김형경의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은 소설가인 그녀가 심리학자가 되어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궁금해 하던 심리학 개론을 좀 더 재미있고 다가가기 쉽게 만든 책이다. 심리학 전공자도 아니면서 사람의 심리를 읽어보겠다고 책을 낸 것 조차 전공자들에게 비웃음을 살 일이나 그들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가며 흥미롭게 글을 써내려간 점은 어쩌면 전공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름대로 분석하며 자신의 내면에 깔린 심리까지 내 보인 이 책은 그래서 다른 심리학 서적들과 차별을 이룬다. 여행서를 겸한 심리서라 읽힘에 있어 방해 받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리분석이 아니라 에세이니까.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갖게 되는 감정들이다. 읽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여 '그래 나도 그런 것 같아'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했었지?'하고 <동일시>하며 스스로 분석해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이 파트에서 가장 동일시 한 부분은 <분노>였는데 작가의 성격처럼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내 성격이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정신분석을 받을 당시 자신에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감정이 <분노>라고 했다. 화를 잘 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가능하면 억눌러 감추게 된 것인데 그게 심하게 되면 자살이라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는것이다. <분노는 사랑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이다. 평소에 어떤 부당한 일 앞에서도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하면서 <분노>를 다루는 법이야 말로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좌우할 정도라고 하니 앞으로는 화가 날 땐 화를 내고 볼 일이다.
 
두 번째는 그 감정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 중에 <의존>에 관한 것이 있다. 나는 가끔 내가 남에게 참 많이 <의존>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난 그다지 의존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려고 했고, 혼자서도 잘 해나가고 있었다. 화를 잘 내지 못하는 성격이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라 내겐 자신의 고민거리를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걸 나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어쩌면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스스로 해결해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속에 나온 황인숙 시인의 <강>이란 시가 아주 감명 깊었다.
 
마지막으로 성인이 된 후에 노력하고 성취해야 할 긍정적인 덕목들 중에 <자기애>는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이었다. 꽤나 이기적인 나는 사람들에 대한 내 사랑도 솔직하게 마구 많이 표현하지만 나에 대한 사랑, 즉 <자기애>는 어느 누구도 이겨내지 못할 만큼 강한 편이다. 나르시스가 울고 갈 정도라고나 할까. 이 덕목에서 작가는 <건강한 자기애란 바로 그 병리적 자기애를 인식하고 그것을 의식 속으로 통합하는 행위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내면에 잇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인 채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애이다.>라고 밝힌다. 나는 무조건적인 나에 대한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겠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뭐야 나도 다 알고 있다고' 라며 쳇,치,피 하면서도 책을 놓지 못했다. 여행의 풍경 속에 나오는 사람풍경은 그만큼 내 마음을 들킨 듯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