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잡지를 아주 좋아했다.  내 기억에 남는 가장 오래된 잡지는 오빠가 보던 '학원'이라는 고등학생 잡지였던 것 같고,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잡지는 '소년 중앙'이나 '어깨동무' 뭐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가물거려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고, 세상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잡지가 최고였던 것 같다. 텔레비젼에서 보내주는 정보도 그게 그거였고, 잡지를 통해서는 그런대로 유행하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촌구석에서 만날 비슷비슷한 생활만 하면서 지내는 나에겐 잡지 만큼 위로가 되는 책이 없었다고나 할까? ^^ 내가 잡지를 워낙 좋아하니까 동생이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엄마 가게에서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책도 물론 열심히 봤지만 역시 빼놓지 않고 펼쳐보던 것은 온갖 잡지들이었다. 딴에 '시사 영어'도 보고, '레이디 경향'도 보고, 문예지도 몇 권 구해 본 것 같은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동생은 매일 여성지나 뒤적이는 누나를 봤었나보다. 어느 날 편지를 보냈다. '집에 있는 누나에게. 잘 있었는가? 몸 편안하고. 서울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누나는 참 즐겁게 세상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만. 그게 좋은거야. 어려운 일 있어도 즐겁게 살도록 해. 그런데 누나 생활에서 한 가지 더 바랄게 있다면 그런 좋은 시절에 '영레이디'나 '레이디 경향'이니 이런 책을 읽으며 보내지 말았으면 해. 말들 들어 보면 남자고 여자고 결혼해버리면 그딴 책 읽을 여유밖에 없다고 그래. 그렇다면 시집가면 지겹도록 읽을 걸 무엇하러 지금 그렇게 열심히 읽어? 지금은 교양서적을 읽고 독후감도 써 보고, 그 책을 읽어서 내 생각이 작지만 얼마 만큼 변했다는 것을 느껴 봐. 그것에도 어떤 기쁨은 있을 거야. 그러다 진짜 싫증이 나면 아까 말한 그런 책들 보며 머리를 풀고. 남자들을 잘 살펴보면 ,자기 애인에게는 자기가 밖에서 떠들거나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얘기를 잘 안할려고 해. 그저 사람사는 얘기나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지, 그런 얘기들은 일생을 같이 살 남자와 할 얘기가 못 돼. 금방 고갈되어 버리고, 재미가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말야. 남자가 무슨 얘기를 하든 듣고서 맞장구쳐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아무리 긴 밤이라도, 텔레비젼 한 대 없어도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겠어? 생각해 봐. 누나가 어떤 남자와 그저 사는 얘기가 아니라 그 남자 귀를 솔깃할 정도로 어려운(그런 게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얘기를 하며 저녁 밥먹고 단 둘이 밥상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다면, 뭐 할려고 밥상에서 시덥지 않은 얘기하다가 싸움나서 남편은 딴 방가서 제 할 일하고, 여잔 혼자 앉아 주부가요열창이나 보고 그런 생활을 하겠어. 그럴 땐 남자도 여자를 우습게 여기고, 바람이 나 버린다니까.(내가 너무 웃겼나) 이런 필요가 아니더라도 지금 같은 때 책을 읽어 두면 좋을 거야. 그리고 시집은 누나가 이 사람이면 일생을 즐겁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가. 만약 없으면 혼자 살아야지 억지로 가라고 해서...그런 변명은 하지를 말고. 그만 쓸게. 몸 건강히 지내.' 다시 읽어도 웃기지만 딴엔 누나가 무척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동생의 말에 따라 잡지책을 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후로도 죽~나는 일때문에라도 잡지를 봐야했으므로 가십이 나오는 '레이디 경향'류의 잡지는 안 봤지만 잡지를 사 봤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고 하다보니 동생이 말한 것처럼 '내 생각이 작지만 얼마 만큼 변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에 작은 기쁨도 느꼈다고나 할까?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르고 나서 말이다. 물론 동생이 염려한 것처럼 난 '가라고 해서'  하는 결혼도 안 하고, 결혼을 안 했으니 시덥잖은 얘기하다가 남편하고 싸워서 각 방 쓰면서 주부가요열창 따위도 보진 않지만 적어도 잡지책을 끊고 책을 잡았으니  세상을 즐겁게 잘 사는데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는데...아쉬운 것은 정말 동생이 말한 것처럼 좋은 시절에 좋은 책들 많이 못 읽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은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요즘 열심히 눈 버려가며 책을 읽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난 늘 한 발자국씩 늦는 편인데 언제나 되어야 보조를 맞추어 걸을지 모르겠다. 각설하고..(에잇. 넘 길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 -;)

문학동네에서 <>이라는 청소년용 문학지가 나온 것을 봤다. 창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청소년도 아니고 굳이 사 보고 싶은 마음도 없던 터였는데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러곤 참 놀라워 했다. 와~이 아이들이 대단하구나. 난 그 나이에 뭘 했을까? 이런 글들을 써다니...

특히 <풋 2007년 봄호>엔 '제 1회 청소년 문학상'을 탄 청소년들의 시와 소설이 나와 있는데 다들 굉장한 실력이었다. 다들 입시 공부 와중에 글들을 썼을 텐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국 문학의 찬란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우리 때는 기껏해야  독후감 대회나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풋>을 읽으면서 좀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고등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얼마나 시간이 없는지 안다. 그러니 그들의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청소년용의 잡지라면 각계 인사들의 좋은 글들도 좋지만 그 당사자들의 참여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몇 코너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긴 하지만 대부분 대학생들이어서 과연 이 책이 청소년용인가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나. 솔직히 대학생 정도면 기존에 나와 있는 문예지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을 테니 굳이 이 잡지를 읽겠냐 말이다.(알고보니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을 합친 말이고 청년은 20~30세 미만의 성인을 이야기 하는 거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내가 생각한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 뭐 어쨌든, 그럼에도 풋풋한 그들의 글은 파릇파릇한 느낌에 싱그러움이 느껴졌다고 하겠다. 

더불어 잡지책이야기나 나왔으니 잡지를 한 권 더 소개를 해야겠다. 이 책도 우연히 선물로 주셔서 보게 되었는데 보리출판사에서 나오는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어린이 잡지다. 갓 초등학교 들어간 아이들이 읽으면 딱 좋은 잡지인데.. 선물 받아 내가 보기도 전에 마침 초등학교 들어간 조카랑 저녁 먹을 일이 있어 조카에게 선물을 했다. 워낙 책을 좋아라 하는 애라 저녁 먹으러 간 식당에서 그 책을 펴고 밥 먹어라 를 열 번을 더 외칠 때까지도 재미있다며 들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 나중에 조카네 갔다가 읽어보게 되었다. 와~ 내용이 어찌나 알찬지...잡지 좋아하는 고모는 다음호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나..하지만 그 동생이 그 동생인지라..눈치만 보고 있다고..^^

조카에게 물었다. 재미있더냐? 하니 응, 재미있어 라고 했다. 더구나 3월호에 나온 봄꽃이야기를 열심히 보더니 화단에 핀 꽃다지를 보며 잎을 만지며 아이~부드러워라..고모도 만져봐. 하길래..잎을 만질 생각은 어떻게 한 거지? 했더니 그 책에 꽃다지의 잎이 부드럽다고 나오더라는...

아무튼 잡지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 <>과 <개똥이네 놀이터>는 청소년 부모라면 아니 청소년 조카를 둔 고모든 이모든 삼촌이든, 또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모라면 무조건 잡지는 안 돼!라는 선입감을 버리고 한번쯤 아이들의 머리를 식힐겸해서 한 권 정도 선물하는 센스!를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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