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TV에서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분쟁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내준 적이 있다.(기억으론 시에라리온인 듯) 그칠 줄 모르는 지역 분쟁에서 고통당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여자와 어린이들이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어 굶주림에 있는 아이들이 손목이 잘리기 전에 혹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복수의 총을 들고 악에 바쳐 소리 지르는 모습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도대체 저 아이들을 전쟁으로 내몰고 제 키보다도 큰 총을 메도록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저 아이들이 그 전쟁의 의미를 알고 총을 든 것일까? 씁쓸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배후에 부패한 관리들과 종족간의 갈등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부를 위해 나라를 망치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면서 정작 국민들은 기근에 걸려 죽든지 병에 걸려 죽든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국민을 위해 개혁을 하는 지도자를 외국 세력의 조종으로 살해해버리고 지옥 같은 생활에서 겨우 벗어난 국민들을 또다시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그들은 기아를 무기로 삼고, 국제기업에 악용하며, 테러의 도구로까지 이용한다. 또 도와죽겠다고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국제 적십자사나 난민 구호단체에서 구호품을 보내어도 그들을 죽여 버리는 곳이 아프리카였다. 그러니 아프리카에서 굶주리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물론 기근이 아프리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강대국에 속하는 러시아에서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 콩고 같은 나라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또 브라질에서는 살인적인 금융 과두제가 물품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북동부에서 굶주림으로 인해 영양실조가 만연하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볼 때 기근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어쩌면 이런 모든 일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 강대국의 이기적인 지배에서 생겨났을 수도 있는데,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을 핑계로 삼아 심리적 기능으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화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유럽의 많은 지배층 계급에서 그 이론을 신봉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유럽뿐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이라크나 다른 중동지역에 비해 거둬들일 자원이 없으니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에서도 관심을 두지도 않는 점도 있다. 그들이 만약 아프리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어떤 자원들이 충분하다면 미국이나 강대국들이 모른 채 하고 나두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라마다 자국의 이익과 각 나라와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서 피해를 받는 사람은 가난하고, 자원도 풍부하지 못하고, 매년 가뭄과 홍수로 기근에 허덕이는 나라다. 구호품을 공급해도 정말 도와줘야 할 사람들에겐 그것들이 공급되지 않는다. 북한을 두고 생각해도 그렇다. 그러니 세계 어느 나라든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베르툴트 브레히트가 주장하는 식량권을 국제 법규로 도입을 하든지 전지구적인 민간단체가 하루빨리 탄생하여 ‘워싱턴 합의’와 인권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기를 바란다. 저자는 기아와의 투쟁이 이런 대립을 언제 끝낼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근의 심각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해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게 좀 더 정확하겠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학교에서 기근으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린다고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간혹 구호단체들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에 비쩍 마른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저 쯧! 하고 혀만 찼지 고개 돌리면 잊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죄스러움에 할 말이 없었다.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는 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이다. 그만큼 아이들도 이해할 수 쉽게 글을 적었다. 이제 기아문제는 아이들에게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그 진실을 알게 해주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와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관심이다. 쯧! 하고 혀를 찰 일이 아니라 기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새롭게 잡는 것만이 옮긴이의 말처럼 작은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8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