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성석제의 『참말로 좋은 날』중 첫 번째 이야기인 ‘고욤’을 읽다가 사향 냄새나는 여자 향지를 만났다. 읽다보니 엊그제 읽은 살만 루슈디의 『분노』에 나오는 닐라가 향지처럼 사향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이 정신을 놓고 빠진다는 것이 동일하여 그 둘을 비교해봤다.(할일도 참 없지. - -;)


먼저 닐라를 말하자면, 솔랑카가 ‘닐라효과’라고 칭할 만큼 닐라가 거리에 나타나면 일대 소동이 일어난다. “교통을 마비시켜버리는 여자, 실제 본 적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백이면 백, 어김없이 차들이 우뚝 서게 만드는 여자? 닐라가 바로 그런 능력을 가졌다구. 그 여자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승용차 다섯 대와 소방차 두 대가 끼익 급정거를 하더라니까. 멀쩡히 걸어가던 사람이 가로등을 들이받기도 하지. 그런 일은 맥 세넷(주:헐리우드의 무성영화를 대표하는 미국 영화배우 겸 감독. ‘슬랩스터 희극의 아버지’ ‘코미디의 제왕’등으로 일컬어진다.)의 슬랩스틱 코미디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날마다 그런 놈들을 보게된다구.” p300 솔랑카의 친구인 잭이 솔랑카에게 전화하여 닐라에게 마음이 빼앗긴 이야기를 하면서 전해주는 ‘닐라효과‘이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그 재미에 잭이 닐라를 만나면 일부러 화장실을 가게 한다나? 닐라가 테이블과 테이블을 지날 때마다 매 맞은 개처럼 풀이 죽는 꼴을 하는 남자들을 보면 재미있어 죽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향지는 어떠한가? “나 낳고 나서 엄마가 죽었어. 외할머니가 나를 씻어주었는데 씻은 물에서 사향 같은 냄새가 났대. 이상하게 동네 개들이 내가 누워 있는 방 앞에 모여 들었대. 그 물을 거름더미에 뿌렸는데, 그러면 또 개들이 코를 들이밀고 늑대처럼 모여서 울고.” p 27 닐라 만큼 고상해보이진 않지만 향지는 나름대로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자라면서 그 묘함은 닐라 못지않았다. 닐라는 외모도 아름답고 남자들이 처음 보는 순간부터 혹하지만 시골 촌구석에 사는 조금 예쁜 정도의 평범한 외모를 가진 향지도 어딘지 모르게 남자를 끄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래서 향지를 처음 본 남자들은 파리처럼 향지주변을 맴돌았다. 향지에겐 ‘성인의 초상 뒤에 그려지는 후광, 부처의 원광(圓光) 같은 미의 여신’이 부여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로서 닐라나 향지 같은 여자를 보면 약간의 샘이 난다. 도대체 쟤들이 뭔데, 내가 보기엔 그다지 매력적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남자들은 끔뻑 넘어가는 건지…. 그러고 보니 중학교 때 그런 친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아이야 말로 향지 같은 아이였다. 좀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촌아이였고, 공부를 그다지 잘 한 것도 아니었는데 주변에 남자아이들이 많았다. 어린 나는 그게 무척 궁금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저 남자아이가 내가 아닌 저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 -;; 물론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내가 그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그걸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남자들의 마음을. 그래서 여태 혼자인지도 모른다.^^;; 쓰잘데기없는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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