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된 할아버지
킴 푸브 오케손 글, 김영선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한길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무척 힘든 일이다. 더구나 나하고 친했거나 혹은 나를 많이 보살펴주던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과 아픔을 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어른보다 아이가 받는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이 책 『유령이 된 할아버지』는 길을 가다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는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 준다.


에스본은 할아버지와 단짝 친구라고 할 만큼 가까웠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슬픔이 너무 컸고,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엄마의 말에도 마음이 안 놓인다. 관에 들어가 땅속에 묻히시는 할아버지를 아빠가 말씀하신대로 할아버지는 흙으로 변하실거야 하고 상상을 해도 쉽지가 않다. 에스본은 천사 이야기도, 흙 이야기도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걱정에 잠이 들었는데 난데없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에스본의 방에 나타나신 거다. 유령이 되셔서 말이다. 에스본은 유령이 나오는 책을 보고 할아버지가 진짜 유령이 되셨는지 실험해보라고 말한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벽속을 마음대로 드나들지 않는가? “우와!” 에스본은 재미있어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닌 할아버지는 슬프다.


아침에 일어나 아빠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아빠도 할아버지 꿈을 꿨다며 에스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치원을 하루 쉬라고 말한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이유를 에스본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다시 오신다고 하셨으니 그런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날 밤 다시 찾아온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뭔가를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은 유령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한숨을 쉬며 그게 무엇인지 걱정하시는 할아버지를 돕고자 에스본은 할아버지와 함께 빠뜨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사셨던 집으로 가서 사진들을 둘러보며 많은 추억들을 생각한다. 또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시는 동안 있었던 많은 일을 이야기 해준다. 그럼에도 무엇을 빠뜨렸는지 찾지를 못하신다. 그런 다음 날 드디어 할아버지는 그 빠뜨린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며 에스본에게 이야기 해준다. 그건 바로 에스본과 할아버지의 작별 인사였다.


이 부분에서 나는 살짝 눈물이 났다. 할아버지를 너무 좋아하는 조카 생각이 나고, 조카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내 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 둘도 에스본과 할아버지처럼 그런 슬픈 일을 경험할 테고, 유치원을 다니면서 부쩍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조카가 ‘할아버지들은 다 죽지? 그럼 하늘나라로 가?’하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둡지 않다는 거다. 자연스럽게 아이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고, 어른이면서도 아이처럼 나도 “.” 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슬픔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령이 된 할아버지』는 ‘죽음’이란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누구나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제 할아버지와 작별한 에스본은 유치원에 갈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마음에 다시 새겼고, 가끔 서로를 생각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안심하고 “.” 내쉬는 큰 숨 속에 그 슬픔만큼 부쩍 성장한 에스본이 보인다. 덩달아 나도 “휴.” 큰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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