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풍경 2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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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내가 찾았던 이름나지 않은 조용한 곳들이 내 모습이 변하는 만큼 그곳의 풍경도 점점 변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인적도 없고 새소리만 들리던 적막한 곳이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최고였던 곳이 드라마에 잠시 나왔다는 이유로 훼손되고, 그 자연에 어울리지 않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맛있는 요리를 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그 옛날의 정취가 자취 없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그 허탈감은 내가 비록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아도 분통터지는 일이다. 물론 관광객이 주는 삶의 풍족함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도시의 닮은꼴들에 그곳 사람들도 약간의 이득이 생기겠지만 과연 그들은 행복할 것인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바다의 풍경』에 그 해답이 나온다.


크고 작은 3,000여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는 세토내해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인 소키치는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소키치가 살고 있는 작은 섬엔 오래 전에 송전탑이 들어오고 스카이 라인이 생겨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들게 되었다. 그로 인해 대대손손 어부였거나 농부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천직을 그만두고 소키치의 누나처럼 토산품 가게를 한다든가 관광객을 상대로 레스토랑이나 민박을 하면서 산다. 소키치는 그런 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고 사사건건 누나에게 반항을 하며 아무런 이유 없이 등교거부를 한다. 그런 어느 날 어부였던 아버지가 전력회사의 일을 하게 된 배경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소키치는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게 된다.


이 책은 소키치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알게 되는 많은 일들 중에 송전탑 건립으로 전력 공급이 수월해졌고 스카이 라인이 생기면서 관광객도 많이 늘었지만 그로 인해 빚어지는 자연 훼손이라든가, 바다 한 복판에 해상도로를 놓고 거대한 석유 비축기지의 건설하여 석유 비축 탱크를 늘림으로 인해 생겨나는 생태계의 파괴가 끼치는 영향의 심각함을 들려준다. 또 편리함을 내세우며 섬들을 이은 다리로 인해 조류가 바뀌면서 줄어든 어획량으로 말미암아 천직이던 어부의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과연, 섬 주민들의 행복을 위한 개발이었나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나 하이타니 겐지로는 그런 씁쓸한 이야기들 가운데 소키치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여유와 희망이 소키치의 미래의 삶에, 장차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섬에 대해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삭막한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미라든가 상대를 배려해주는 마음 같은 것은 비록 등교를 거부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지라도 소키치가 아버지를 제대로 알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소중한 인생 수업인 셈이다.


『바다의 풍경』은 청소년 소설이면서 환경 소설이다. 한 소년이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한 자기성찰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아버지의 발자취를 통해 알게 되는 진실은 산업의 발전으로 1차 산업들이 쓰러지고 무절제한 개발로 자연이 훼손되어 가지만 그 한 구석에서 그 거대한 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환경 단체들이 있고, 지킴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안겨준다. 더불어 환경문제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나에게 제대로 해답을 알려준 셈이다. 도시 사람들로 인해 그곳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게 변했을지라도 그곳을 찾아오는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은 어쩌면 그 옛날 정겨운 그 마음 그대로일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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