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였다면 무엇이든지 다 당신에게 드릴 거예요. 이것도 저것도 모조리 팔아 버릴 거예요. 그리고 두 팔로 노동을 하겠어요. 큰 길가에서 거지 노릇이라도 하겠어요. 단 한 번이라도 당신이 나를 쳐다보아 주시기만 한다면 말이에요. 단 한 번 웃어 주시기만 한다면 말이예요. 단 한마디 <고맙구료>하는 말을 들을려고 그렇게 하겠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안락의자에 한가하게 앉아 계시다니,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일은 전혀 없었던 사람처럼 말예요! 당신이 안 계셨더라면 나는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었던 거예요. 아시겠어요? 누가 당신께 무리하게 그런 짓을 하라고 권했던 가요? 누구하고 장난삼아 내기라도 걸었던가요?

하지만 당신은 저를 사랑하셨어요. 당신 자신이 그렇게 말씀하신걸요......바로 조금 전에도 그러셨어요......아아! 숫제 처음부터 저를 때려 내 쫒아 주셨더라면 좋았을 것 아니예요! 아직도 제 손은 당신의 키스로 따뜻해요. 그리고 제 무릎에 매달려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신 것도 바로 그 융단 위란 말이예요. 당신은 그것을 내게 믿게 하셨어요. 당신은 저를 2년동안이나 너무나 화려하고 달콤한 꿈 속으로, 더할 수 없이 기분 좋은 꿈 속으로 끌어 넣어 주셨어요......

지난 번 우리 둘이 여행 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당신은 기억하고 계시나요? 오오! 당신의 편지, 그 편지! 그것은 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어요......그런 일이 있고나서 오늘 저는 다시 당신을 찾아왔어요. 부유하고 행복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 남자에게로 돌아와서 간절히 애원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애정을 전부 털어놓으면서 어디의 누구라도 해 줄 만한 도움을 청하였더니, 그분은 저를 뿌리친거예요. 3천프랑이 아까와서요."
(...)


<본문중 보바리부인이 로돌프에게>

우연히 EBS에서 방영하는 명작영화를 보게 되었다. 2회분이었던 걸로 생각되는데 보바리부인이 로돌프와 한참 사랑에 빠져 있는 부분이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걸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그 다음날로 책꽂이를 뒤져 베란다 구석에 자리잡은 문고판 더미에서 십여 년이나 지난 문고판 보바리부인을 찾아 내었다. 문고판으로 나온 걸 보니 아마도 고등학생들이 읽게 만든 것 같은데 난 고등학교때 무슨 책을 읽었지? 그러고 보면 난 아무래도 성장연령이 낮은가 보다. 제때 하는 것이 없으니......

플로베르는 보바리부부의 성격을 상대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부인을 사랑하는 보바리...그런 남편에게 만족하지 않는 부인...이 소설을 읽으면 결혼이라는 것은 외적으로 보이는 걸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물론 서로 오고 가며 성격을 알기는 했겠지만 깊이 알 수는 없었기에 그저 그 정도면 나의 배우자로 괜챦을 거라는 보바리부인의 착각이 그들 부부의 인생을 불행하게 한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이 다른 두 남녀가 잘 되리라곤 애당초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보바리부인의 희생이 마땅챦다.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그녀를 그렇게 몰고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여자만 상처받아야 하는 건가? 물론 보바리의 상처도 깊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어쩌면 보바리에게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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